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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한「꿈의 길잡이」|어린이 장난감 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장난감은 어린이의 지적발달과 정서생활의 도움이 되는 동시에 한없이 뻗어가는 어린이의상상력과 꿈으로의 길을 이어주는 중개자가 되는 것이다. 한국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이제 자녀들에게 장난감을 사주는데 성의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처럼의 성의가 무안을 당하고 꿈의 중개자는 꿈의 파괴자로 등장하기 일쑤다. 소잡한 제품의 장난감때문이다. 어머니들은 국산 장난감에 대한 불만이 대단하다.
평소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아빠가 그 심정을 만회하기 위해서 장난감「헬리콥터」와 자동차를 사왔다. 아빠의 호주머니 사정으로는 겨운 정도의 물건이다. 세 살 짜리 꼬마는 어쩔 줄을 모르고 기뻐했다. 30분도 되기 전에 잠자리 날개인 「프로펠러] 가 쑥 빠져나갔다.
밤이 깊어도 「프로펠러」를 고쳐달라고 울어댔다. 자동차를 가지고 놀던 돌잡이는 손끝에 피를 흘리며 칭얼거렸다. 양철쪽 끝의 처리가 잘되지 않아 손가락을 베인 것이다. 고무줄을 동원시키고 마치를 들고 아빠는 이마에 땀을 흘렸지만 허우대 좋던「헬리콥터」는 제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고 세 살 박이는 울다가 눈물자국이 마르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주부 이순희씨의 얘기다. 장난감의 색깔도 엉망이라는 점을 들어 화가 이세득씨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원색을 많이 쓰고 있지만 그 원색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 원색이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제대로의 색상을 내어주면 그래도 낫다. 노랑이 어떤 때는 계명색 비슷하게 나오는 것이 일쑤다. 색깔보다 더 한 것은 색소문제다. 「에나멜페인트」 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다.
흰색 중에도「징크화이트」는 그래도 나은 편 인데「실버·화이트」는 아주 위험하다. 거기엔 납이 들어있어 만지면 손이 검어질 정도다. 「코발트」색은 구리와 동을 부식시킨 것 인데 그 자체가 독성이 있는 것이다.
열처리를 제대로 하지않고 바르면 독성이 아이들 입에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색깔의 장난감을 혀에 대어보면 찡하고 쓰린것이 있다.
이런점으로 미루어 보아 식품색소를 검사하듯이 장난감색소도 정부에서 검사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서는것은 장난감을 만드는 사람의 양심과 각성이 필요하다고 이세득씨는 강조한다. 외국에서는 어린이장난감위원회가 있어 세밀한 검사와 평가가 있은 다음 생산하도록 되어있다.
모양에 있어서도 송두리째 외국것을 모방한 것임을 교육학자 이영덕교수 (서울사대) 는 지적하고있다. 종류도 너무 단조롭고 지적발달을 돕는거라 하더라도 맞춤장남감 등은 너무 어려운 것이 있다. 「플라스틱」집짓기는 쉽게 오그라지고 늘어지는 등 아이들의 짜증을 돋우어 주는 경우도 있다. 장난감도 상품인 이상 수지가 맞아야겠지만 그것이 자라는 어린이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 것인가를 생각해야 겠다. 만드는 사람은 자기 아이에게 만들어주는 심정으로 제작하기를 바라고「매스컴」이나 그밖의 어린이를 위한 기관에서 「장난감 콘테스트」 라도 있었으면 하는것이 어머니들의 요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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