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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대변인은 정권 수준 보여주는 얼굴"이라더니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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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으로 발탁된 이후 138일의 재임 기간 동안 늘 논란의 중심이 돼 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첫 번째 ‘인사 작품’이었다. 그러나 임명과 동시에 논란이 불거졌다.

 기자 출신의 칼럼니스트인 그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 블로그 ‘윤창중의 칼럼 세상’을 운영하며 보수 논객을 자처해왔다. 그러면서 당시 야권 대선주자였던 문재인·안철수 의원 등을 향해 막말을 서슴지 않아 인터넷에서 ‘윤칼세’란 별명을 얻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18일 게재한 칼럼 ‘문재인의 나라? ‘정치적 창녀(娼女)’가 활개치는 나라!’라는 글에선 문 전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정운찬 전 총리, 김덕룡 전 의원 등에게 ‘정치적 창녀’라는 표현을 썼다. 방송에 출연해선 안철수 의원을 향해 “입에서 어린아이, 젖 냄새가 풀풀 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의 칼럼에 대해 사과하고 인수위 대변인 직을 맡아야 했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인수위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동안엔 청와대 비서진 인선을 발표하면서 인선 내용을 밀봉한 봉투에 담아 와 낭독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의 이런 쇼맨십은 오히려 ‘밀봉 인사’ 논란을 불렀다.

 인수위 출입기자들에겐 “제가 인수위 단독 기자” “1인 기자”라거나 “(내가) 발표된 대로 하면(쓰면)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해 ‘불통 대변인’이란 비판을 받았다.

 잦은 충돌사고로 인해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하는 것에 대해선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반대하는 기류가 우세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의 임명을 강행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된 뒤에도 스타일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는 2006년 ‘청와대 대변인’이란 칼럼에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이라는 비유는 포괄적이지 못하다.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썼었다. 그랬던 그가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도중의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75일 만에 대변인 직에서 중도 하차하고 말았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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