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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1일 1식'몸에 얼마나 좋을까 고양이는 단맛을 알고 먹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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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이언스 소믈리에
강석기 지음, MID
324쪽, 1만2000원

‘동물은 삼키고, 인간은 먹고 영리한 자만이 즐기며 먹는 법을 안다.’ 프랑스 미식가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이 1825년 펴낸 『미식예찬』에 나오는 말이다. 과학저술가인 지은이는 이러한 금언에 담긴 과학성을 보여준다. 최신 연구 결과를 두루 참고하면서다.

 우선 육식동물인 고양이. 과일에나 있는 단맛을 파악하는 단맛 수용체 유전자에 고장이 났다. 또 초식동물인 판다는 고기 맛을 알아차리는 감칠맛 수용체 유전자에 이상이 생겼다. 큰돌고래는 단맛도, 감칠맛도, 쓴맛도 모른다고 한다. 어차피 씹지도 않고 먹이를 통째로 삼키기 때문이다.

 돼지는 어떤가. 짠맛과 쓴맛을 느끼는 유전자가 신통찮아 비위 상하는 것도 마구 씹어 삼킨다. 결국 인간은 맛 관련 유전자가 고루 발달한 덕분에 미식문화를 개척하고 맛집에 찾아 다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식으로 음식문화를 쉽게 풀이하니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과학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니 사유의 깊이가 더해진다.

 이 책은 톡톡 튀는 과학에세이다. 평소 과학 관련 책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가득한 암호집’ 정도로 여겨온 사람들이라면 “과학이 이런 통찰력도 주는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과학은 세계를 보는 눈을 가다듬어주는 매력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최신 논문을 종횡무진 인용하며 새로운 지식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또 각종 논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력도 가다듬을 수 있게 한다. 그 중 하나가 최근 화제가 된 ‘1일 1식’ 논란이다. 2009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20년간의 추적연구 결과 섭취 칼로리를 30% 정도 낮춘 집단이 수명이 길었을 뿐 아니라 암·심장질환·당뇨 발병률도 낮았다는 내용의 미국 위스콘신 국립영장류연구소(WNPRC) 논문을 실었다.

 하지만 2012년 9월13일자 네이처지에 실린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논문에선 칼로리 제한이 수명연장과 관계 없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 알고 봤더니 WNPRC는 칼로리를 제한한 동물을 설탕을 잔뜩 먹인 동물과 비교했고, NIA는 건강식을 정량만 먹인 대조군과 비교했다. 소식을 하면 청량음료나 정크푸드를 포식한 사람보다 오래 살겠지만 적절하게 먹은 사람과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같은 내용도 이렇게 과학적으로 따지면 시야가 넓어진다. 과학을 만났는데도 인문학 냄새가 나는 이유다. 원래 과학은 이렇게 감칠맛 나고, 생활 주변의 생생한 삶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웅변하는 것 같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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