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남자의 그 물건"] 운동화 있는데 … 살까말까 걷기 전용 워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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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

‘걷기용 운동화’가 대세다. 달리거나 격한 운동을 할 때 신었던 운동화, 그 주류가 이제 ‘걷기용’으로 바뀌고 있다. 직립보행, 즉 서서 걸으니 사람이고 인류가 문명화하면서부터 신발은 있어 왔다. 그런데 걷기 전용 운동화라니 새삼스럽다. 걷기용 운동화를 업계에선 ‘워킹 슈즈’ ‘워킹화’로 부른다. 운동화 업계의 셈 빠른 마케팅도 한창이다.

워킹화 붐이 인 건 건강을 위한 일상 운동에서 걷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게 첫째 이유다. 체중 관리용으로 적극 추천됐던 달리기가 점점 걷기로 변했다. 몸에 좋으라고 달리는 것인데 이게 종종 관절에 문제를 일으켰다. 팔팔한 청춘들에게야 별 문제 없다손 쳐도 중년 이상이 되면 관절 이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건강 관리의 필요성이 더 커지는 등 달릴 이유가 많아진 중·노년들에겐 관절에 무리가 갔다. 의학·과학 연구자들이 이런 현상을 놓치지 않았다. 달리기보다 무릎 관절 등에 덜 무리 가는 걷기를 권장하기 시작했다.

이유를 하나 더 꼽자면 우리나라의 걷기 열풍이다. ‘길 문화’가 그 선두에 있다. 지치고 다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려는 ‘힐링’과 궤를 같이 한다. 앞만 보며 달리는 건 일상에서도 마찬가지. 성공을 위해, 승진을 위해 달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또 건강 유지를 위해 달려야만 하는 압박감이 더해졌다. 시간이 흘러 이보다는 걷기를 통한 힐링이 유행하게 됐다. 치열하게 달리는 것 말고 마음의 여유를 즐기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걷는 걸 사람들이 더 반겼다. 여기에 힘을 보탠 게 ‘길 문화’다. 올레길·둘레길 등이 그것이다. 전국 어딜 가나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은 코스, 길 문화가 마련돼 힐링에 딱 맞는 걷기 열풍이 조성됐다.

이쯤에서 워킹화를 꼭 사야 하는지 한번 짚어 봐야겠다. 본래 있던 보통 운동화를 두고 값도 만만찮은 걷기 전용 운동화를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걸까. 운동화 업계에선 이렇게 주장한다. “축구화·농구화처럼 기능별로 특화된 운동화가 따로 있다.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이 있는 운동화다. 같은 이유로 걸을 때도 워킹화를 신어야 더 편하고 안전하게 걷기를 즐길 수 있다.” 운동 역학에 따른 근거도 있다. 건강걷기 홍보이사 정수아씨는 “걸을 때 무릎에 전달되는 압력은 체중의 1~2배, 달릴 땐 체중의 3~4배다. 이 압력에 따라 신발 밑창 쿠션이나 발을 감싸는 정도도 달라야 한다. 워킹화는 아무래도 이런 차이를 고려해 만들어지니 걸을 때 더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레이너 조영선씨도 “마라톤화·테니스화보다 걷기 전용 운동화를 신고 꾸준히 걸으면 운동 효과가 더 좋다”고 주장했다. 자, 워킹화가 없는 사람이라면 고민 좀 해보는 게 좋겠다. 워킹화 없다고 걷지 못할 것 아니지만 워킹화 신으면 더 잘 걸을 수 있다니 말이다.

다음 주 월요일(13일) JTBC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그 물건'에선 워킹화를 꼼꼼하게 비교·분석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운동화인데도 성능 비교를 위해 동원된 실험만 무려 여덟 가지다.
김구라·이훈·이상민·장성규 네 명의 MC가 소비자들이 평소 구매할 때 직접 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실험을 대신해 준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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