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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음란물 접속 경찰이 보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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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일 오전 10시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조재철(44) 팀장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아동온라인보호시스템(콥스·COPS)을 실행했다. 모니터에는 몇 가지 검색 조건을 입력하라는 창이 떴다. ‘국가=한국, 시간=6시간 이내, 사이트=토렌트(Torrent)’라고 입력한 뒤 엔터키를 눌렀다. 모니터 화면이 전국 지도로 바뀌더니 순식간에 50여 개의 점이 나타났다. 6시간 이내에 토렌트 사이트를 통해 아동음란물을 본 사람들의 아이피 주소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화면에 있던 아이피 주소 중 하나를 또 다른 검색창에 넣자 각종 P2P(개인 대 개인)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해당 아이피로 아동음란물을 내려받은 날짜와 시간이 모두 나타났다.

조 팀장은 “모든 컴퓨터 동영상에는 사람의 지문처럼 고유한 디지털 지문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용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라며 “전 세계 197개 국가에서 불법 동영상을 다운받거나 배포하는지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콥스는 미국 법무부의 아동대상온라인범죄대응팀이 개발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국내에 도입됐다. 방식은 간단하다. 모든 디지털 동영상은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고유한 일련번호가 있다. 이 중 아동음란물의 일련번호에서 특정 부분을 뽑아내 그 목록을 저장해 둔다. 음란물의 디지털 지문(Hash)이 경찰 컴퓨터에 저장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 P2P 사이트를 통해 개인들이 주고받은 파일과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것이다. 음란물의 파일명을 바꾸거나 편집한 경우에도 적발이 가능하다. 수사기관이 범죄자의 지문을 확보해 놓았다가 다른 범죄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경찰은 최근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불법 아동음란물을 내려받거나 배포한 사람들을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부산경찰청은 국내외에서 제작된 아동음란물 1500여 편을 토렌트(Torrent) 등 해외 P2P 사이트를 통해 다운받거나 다시 배포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44)씨 등 42명을 9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내려받은 동영상은 3~18살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이다. 적발된 사람들은 30~50대로 평범한 회사원이나 대학생·대학원생도 여러 명 포함돼 있다. 조 팀장은 “음란물을 내려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호기심으로 혹은 음란물인지 모르고 다운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수년 전 과거의 기록까지 모두 확인이 가능해 한 번이라도 다운을 받아 보관하고 있으면 추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모두 719건의 아동음란물을 내려받거나 배포했고 다른 사람들은 1인당 10~167건의 음란물을 갖고 있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지난해 10월 마련한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속 기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동영상을 내려받은 사람은 곧바로 삭제해 지금은 보관하고 있지 않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

 콥스가 음란동영상을 완전 퇴치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건 아니다. 해외 PSP 사이트가 아닌 국내 P2P나 SNS에는 아직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인터폴과 협조해 국내 사이트들도 검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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