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전자 3억달러 北송금 의혹도 특검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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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북 비밀지원 의혹과 임시국회 대응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의총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대북 비밀지원 의혹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당 수뇌부는 오랜만의 호재를 이용, 당 결속을 다지려 내부 단결과 대여 강공을 역설했다.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은 "설에 지역구에 가보니 4천억원 대북 뒷거래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고 전했다. 朴대행은 "철저한 진상 규명없이는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규택(李揆澤)총무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당선자, 북한과 현대가 각본을 짠 듯 이번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李총무는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대북 뒷거래 규모는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대북 뒷거래 진상조사 특위'는 대북 비밀지원 의혹 세건을 집중 조사키로 했다. ▶현대상선 4억달러▶현대건설 1억5천만달러▶현대전자 1억6천8백만달러 지원 의혹이다. 세건만도 7억달러 이상이다. 특위는 이들 의혹 모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엄호성(嚴虎聲)의원은 "특검 조사 대상에 이 세가지 의혹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구(李海龜)특위 위원장은 "향후 청와대.국가정보원.감사원 등 관련기관에 대한 현장 방문과 관계자 면담.증거자료 확보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대출자금=지난해 9월 嚴의원은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산은에서 4천9백억원을 지원받아 바로 현대아산으로 넘긴 뒤 북한에 줬다"고 주장했다. 嚴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엄낙용(嚴洛鎔)전 산업은행 총재에게서 결정적인 진술도 받아냈다.

嚴전총재는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사장이 '(문제의 돈은) 정부가 갚아야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또 "이 문제로 청와대에서 당시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진념(陳稔)재정경제부 장관.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 등을 만났으며 따로 국정원 김보현(金保鉉)3차장과 상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이 문제는 盧당선자가 정치적 고려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천명,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사법심사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힌 뒤 지난 3일 검찰이 수사 유보를 발표, 여야 간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현대건설 동남아 송금=이성헌(李性憲)의원도 같은 정무위 국감 자리에서 현대건설의 대북 비밀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李의원은 "현대아산뿐 아니라 현대건설도 남북 정상회담 직전인 2000년 5월 말 당시 자금담당 이사인 宋모씨를 통해 1억5천만달러를 동남아시아 두곳에서 북한으로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후 상황을 볼 때 정상회담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북한에 보냈음이 확인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전자 해외공장 매각대금=이주영(李柱榮)의원은 지난해 10월 말 예결위에서 현대전자의 대규모 해외자금이 북에 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李의원은 "2000년 7~10월 현대전자의 영국 반도체공장 매각대금 등 1억6천8백만달러가 북한으로 송금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는 당시 현대전자 회장이던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鄭회장이 이 돈을 중동에 위치한 유령회사에 송금토록 지시했으나 유럽의 지사장이 이에 반발, 여러 달 송금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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