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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 트럭이 밟고 지나가도 끄떡없는 스마트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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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JTBC가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방송하는 예능 컨슈머리포트, ‘남자의 그 물건’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이 나가면 해당 제품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거 사이에 관련 제품 언급이 크게 늘어난다. LG전자의 경우 로봇청소기(2회·1월 18일)와 컨버터블PC(10회·3월 18일) 편의 방송용 동영상을 구매하기도 했다. 임직원에게 보여주거나 쇼룸 등에서 소비자에게 틀어주기 위해서다. ‘남자의 그 물건’ 임정아 PD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돌직구식의 엉뚱한’ 실험과 패널 사이의 격렬한 비교 토론을 통해 정보의 홍수에서 길을 잃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함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소비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선 동영상 구해 대리점에 틀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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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할 제품은 소비자들이 관심은 있지만 정보는 없는 물건, 새로 출시돼 관련 정보가 부족한 물건 중 선정한다. 가장 우선 고려하는 것은 계절성이다. 내복(3회·1월 25일), 캠핑용품(13회·4월 8일)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에어프라이어(11회·3월 25일) 같은 신제품이다. 스마트폰(1회·1월 11일)이나 미러리스카메라(6~7회·2월 15일과 22일)처럼 브랜드가 너무 많아 소비자가 선택을 고민하는 제품도 아이템으로 선택한다. 공정성을 위해 일절 협찬 없이 100% 직접 구매한 뒤 평가한다. 부수거나 태우거나 떨어뜨리는 내구성 평가를 가장 마지막에 해 제작비를 아낀다는 것이 제작진의 귀띔이다.

  매회 화제가 되는 기상천외한 실험은 제작진이 제품을 써보면서 직접 기획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따져보기 때문에 실용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유모차(14회·4월 15일)를 분석할 때는 손잡이가 견딜 수 있는 하중을 보여주기 위해 500mL 생수통을 장바구니에 여러 개 넣는 실험을 했다. 이 방송이 나간 후 네이버 ‘맘스홀릭 베이비’ 등 육아 커뮤니티에는 “평소 궁금했던 것을 해결해줬다”는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줄을 이었다.

공기총 쏴 카메라 렌즈 내구성 실험

‘남자의 그 물건’ 첫 회에서 스마트폰 내구성 실험을 위해 갤럭시노트2 위를 5t 트럭이 통과하고 있다.

 스마트폰 방수 실험을 위해서는 화장실 변기에 10초간 빠뜨리기도 했다. 화장실에 앉았다 일어나면서 스마트폰을 변기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착안했다. 팬택 베가 R3와 LG 옵티머스G, 삼성 갤럭시노트2, 애플 아이폰5 등이 모두 물에서 건진 후에도 잘 말려주니 작동에 이상이 없었다. 강한 충격에 살아남는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1단계 스쿠터, 2단계 중형차, 3단계 5t 트럭이 위를 지나가는 실험도 했다. 옵티머스G와 갤럭시노트2, 아이폰5가 3단계까지 살아남았고, 재대결 결과 옵티머스G가 끝까지 살아남았다.

 로봇청소기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줄다리기 대결을 시키기도 했다. 1차와 2차를 거쳐 마미로봇의 뽀로K7이 줄다리기에서 이겨 가장 힘센 로봇청소기가 됐다. 하지만 뽀로K7은 청소 궤적이 꼼꼼하지 않았고, 10분간 동일한 양의 흑미와 팥을 빨아들이는 실험에서는 다른 로봇청소기에 비해 미흡한 결과를 보였다. 임 PD는 “로봇청소기의 경우 특히 업체들도 소비자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객관적으로 비교해줬다고 평을 했다”고 전했다.

카레이서가 유모차 핸들링 평가

 미러리스카메라의 내구성을 보기 위해 10m 거리에서 공기총을 렌즈에 쏘는 엽기적인 실험도 했다. 니콘의 경우 총알이 첫 번째 렌즈를 관통해 두 번째 렌즈까지 흠집을 냈지만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다. 소니의 경우 총알이 렌즈 중심을 관통해 세 번째 렌즈까지 흠집을 냈지만 문제 없이 동작했다. 총알이 렌즈 가운데 박힌 삼성이나 총알이 렌즈를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면서 렌즈 겉면이 3분의 1가량 손상된 캐논 제품 역시 작동엔 문제가 없었다. 카메라를 계단에서 굴리고, 4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임 PD는 “방송에 나가는 장면은 우연한 한 번의 실험 결과가 아닌 몇 차례의 사전 테스트를 거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삼성·LG전자, 일체형 PC 신경전도

  실험은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재미와 볼거리를 위한 것과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골고루 섞는다. ‘캡슐 커피머신 일리와 치보의 거품기로 달걀찜을 만들었을 때 어느 게 더 맛있을까’ 같은 실험(16회·4월 29일)은 재미를 위한 것에 해당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크레마가 추출된 캡슐커피는 어떤 것’ 같은 객관적인 비교 실험도 당연히 한다. 연예인 패널들이 전문성이 떨어질 경우 전문가들을 초빙한다. 캡슐 커피머신은 바리스타들을 섭외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유모차의 핸들링감을 평가하기 위해 전문 카레이서가 다양한 코스를 양손과 한 손으로 주행해보기도 했다. 맥클라렌이 다양한 코스에서 핸들링에 강점을 보였다. 17회에 방영된 일체형 PC(5월 6일)의 경우 이미 냉장고 용량, 스마트TV 방식 등으로 치열한 감정싸움을 벌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이 재연됐다.

 ‘남자의 그 물건’은 소비자단체의 컨슈머리포트처럼 비싼 제품과 싼 제품을 나눠서 평가하진 않는다. 전체 1위를 한 제품들은 각기 다른 실험에서 고루 별점을 많이 획득한 경우다. 임 PD는 “내구성이나 디자인, 성능 등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이 각자 따로 있기 마련”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비교한 부분을 참고하는 식으로 제품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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