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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중동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가들이 「역사상 가장 짧은 전쟁」이라 말하는 지난 6월5일의 중동전쟁은 전투행위자체에 있어서는 개전 85시간만인 6월8일로써 끝났지만 그 전쟁의 뒤처리에 있어서는 7개월이 된 지금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있는 「긴 전쟁」이다.
1948년의 팔레스타인 전쟁, 56년의 수에즈 전쟁에 이어 세번째로 일어난 이번의 중동전쟁은 전쟁직전 아랍공화국이 라카바 만을 봉쇄함으로써 야기된 위기와 이를 타개하려는 이스라엘측의 반격이라는 데서 그 가까운 원인을 찾아볼 수 있겠으나 보다 멀리 아랍민족과 유태민족간의 뿌리깊은 「적의의 재연」이라는 점에서 원인을 찾아야하며 이로 인해 전후의 뒤처리가 보다 어렵고 복잡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유엔은 전쟁유발직후 긴급안정보장이사회를 열고 휴전을 결의했다.
이어 7월의 긴급특별총회, 9월말부터의 22차 정기총회와 10월 이후의 안보리사회를 거치는 동안 장장 6개월간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11월22일 안보리에서 영국이 내놓은 중동평화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뒷수습의 제1라운드를 끝낸 것이다.
전쟁당사국인 아랍 및 이스라엘 양측과 이들을 후견하는 강대국들 사이의 상반된 이해관계를 절충한 영국의 중동평화결의안은 ①점령지역으로부터 이스라엘군의 철퇴 ②이스라엘의 주권, 영토보전 및 정치적 독립을 인정 ③국제수로의 항행자유 보장 ④난민문제의 공정한 해결 ⑤이를 위해 유엔 사무총장의 특사(스웨덴의 주소대사 가나·야링)파견 등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의 결의는 강제성을 갖지 않고 단지권고의 성질만을 띠는 것.
이 결의안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스라엘은 우선 점령지역인 예루살렘 구도와 가자지구, 시나이반도 등에서 철퇴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최근 급격히 늘어난 인구 등으로 쉽게 물러나고 싶지 않은 상태. 특히 국민들의 신앙의 고향인 예루살렘을 다시 이교도들의 손에 넘겨주고 싶지 않은 심경이다.
한편 아랍측으로서는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해주고 또 수에즈운하 및 아카바 만의 자유항행을 인정해주어야만 하게되는데 과거 19년간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치 않기 위해 투쟁해온 아랍측으로서는 다시없는 굴욕으로 쉽게 응낙할 수 없는 상태이다.
유엔에서 평화결의안이 통과되고 야링 특사가 당사국사이를 오가기 1개월이 넘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은 이 때문이다.
아랍측은 계속해서 이스라엘군의 전면철퇴(개전 전의 선)를 전제조건으로 화평조치의 실시를 주장하고있는 한편 이스라엘측은 점령지역의 철퇴와 여타의 화평조치릍 동시에 실현할 것을 주장하고있어 수습의 제2라운드는 공전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아랍제국가운데 강경파인 시리아와 알제리 등에선 이스라엘이 지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싸워야한다고 주장하고있어 중동의 만성적인 위기는 유엔의 평화결의안으로는 잘 해결될 것 같지가 않고 강대국들의 거중조정으로만이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다.
한편 소련은 중동문제를 월남전쟁과 결부시키고있어 미·소간의 타협도 힘들 것 같고 따라서 중동문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숙명을 지니는 듯하다. <김한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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