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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칭 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67년의「스포츠」계에서 가장 떠들썩했던「뉴스」는 동경「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의 국가호칭문제. 한국을 둘러싼 이 호칭의 분규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번져 이 문제가 국제「스포츠」계를 다시. 동·서 양대 진영으로 가르는 분계점 구실을 했다.
말썽의 근원은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집행위원회가 지난 7월18일의「브뤼셀」최종회의에서 동경대회 출전 국의 호칭을「올림픽」방식의 국가호칭이 아닌 등록 단체명 약칭으로 결정한데서 비롯됐다.
이 결정에 따르면 한국은「코리어」가 아닌 KUSB(한국대학「스포츠」위원회)이고 북괴는 SSADPRK(소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학생「스포츠」연맹).
우리로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결정한「코리어」를 못쓰게된 것도 억울한데 그 위에「노드·코리어」로 불리어야할 북괴가 DPRK, 이른바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약칭을 버젓이 쓰게 됐으니 그 부당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
물론 FISU와 개최국인 일본이 북괴 및 동독의 호칭을 둘러싼 공산권의 집단압력을 받아 궁여지책으로 결정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상유례가 없는 등록단체 약칭사용이란 너무도 뜻밖이어서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대회를 불과 1개월 앞두고 이를 시정하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FISU의 서방측 회원국에는 우리의 전문과 사절단이 날아가「올림픽」방식으로의 환원을 호소했고 일본 조직위원회에는 대회를「보이코트」하겠다는 강경책으로 맞서왔다.
그러나 거대한 세계의 조류를 우리의 작은 손바닥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결국 8월25일의 FISU 총회에서 다음「인스브르크」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부터「올림픽」방식으로 환원한다는 조건부 합의를 보고 동경대회는 그냥 단체명 약칭을 사용키로 한 채 대회에 참가했다.
이 통에 국내에서는 대회 개막일까지도『출전한다』『안 한다』의 양립된 의견으로 각 신문이 오보의 물결 속에 휩쓸렸고 선수단은 단복을 입은 채 태릉 합숙소에서 애태우다 개막 4시간을 앞두고 동경으로 날아갔다.
그후 호칭문제는 지난 10월「멕시코」의「프레·올림픽」때도 재연되어 참가국「올림픽」위원회(NOC)의 단체명을 사용하자는 안이 나오는 바람에 한국은 대회를「보이코트」.
또한 지난주에는 서방측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국제역도연맹이 앞으로 국제대회에서의 한국호칭을 ROK, 북괴를 DPRK로 부르기로 했다고 통보해옴으로써 우리나라 호칭문제는 더욱 거센 물결 속에 휘말려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각 종목의 국제연맹에도 파급될 것이 예상되는데 문교당국은 오히려「코리아」가 아니면 어느 국제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다는 강경책을 세워 국제조류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평행선이 어느 시기까지 지속될는지는 두고 볼일이지만 우리의 체육 외교에 비해 공산권의 압력이 훨씬 강한 이상 당장 내년의「멕시코·올림픽」에서 충돌할 것은 분명하다.
그 결전장은 오는 2월「프랑스」「그러노블」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기간중의 ICO 총회, 북괴는 지난번「테헤란」총회 때 연좌「데모」까지 벌이며 공세를 취하다 실패한 만큼 이번 총회에서도 필시 공산권을 업고 갖은 음모를 꾀할 것은 뻔한 일이다. <윤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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