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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의 사고전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제인협회는 15일 새해의 경제정책에 관한 건의안을 채택하고 이를 관계요로에 제출했다 한다.
고도성장정책을 조정 전환시켜야 하겠다는 관점에서 마련된 이 건의안은 연간 물가상승율을 3%이하로 유지할 것을 요청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①국제경쟁산업과 보호산업은 연관적으로 다루는 산업정책의 확립 ②수출산업정책의 확립 ③금리 및 금융제도의 개편 ④세제와 세정의 개선 ⑤주식대중화 ⑥물가안정과 유통구조의 정상화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있다.
대체로 경제인협회의 건의안은 이 나라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기본적인 문젯점을 요령있게 적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한 건의를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사실에 우리는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경제인들은 물가안정보다는 물가상승을 원하기 마련인데 이번만은 이를 경계하게 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지난날의 경제인들은 물가상승과정에서 치부할 수 있었다는데 이론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인플레는 소득의 역분배를 촉진시키고 자산가치를 변동시켜 치부를 가능케 한다. 그러한 달콤한 치부과정을 경제인스스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몇가지 점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갖고있다 할 것이다.
첫째 인플레이득을 경제인 스스로 포기하려는 사고의 전환은 이 나라의 산업이 차츰 뿌리를 박고있다는 것을 뜻한다. 불로이득에 기생하는 타성이 있는 한 산업의 합리화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생산성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불로이득이 있는 곳에는 부정과 부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불건전한 요소를 박차고 일어선 경제인들의 사고전환은 산업합리화와 생산성향상의 정신적 기초를 마련할 것이다.
둘째 인플레의 누적이 국제수지를 악화시켜 국제블균형에 의한 국내균형의 파괴를 염려할 만큼 경제인들의 생각이 차원을 높이고있다는 것도 환영해야 할 것이다. 사리를 위해서 국가적 사회적 이득을 희생시키던 저차원의 경제인들이 사회적 국가적 감각을 갖게 된 것도 획기적인 사실이다. 아무리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밀고 나가려 해도 경제인들이 차원높은 안목을 가지고있다면 무리한 현상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뜻에서 눈앞의 소리를 좇던 지난날의 통폐가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며 경제인들의 자각이야말로 정부독주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제동기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째 경제인들의 사업관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되어야 한다. 이제 국제단위를 자각하게 되었다는 것은 만시지탄은 있지만 이 나라 산업의 체질개선을 위해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지난 날의 실정으로 본다면 독과점적 조작으로 치부에만 열중했던 것이나 이제는 국제단위를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고의 고도화가 말로만 그쳐서는 아니될 것이다. 진정한 생산성향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성장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발전할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인들의 사고전환을 불가피하게 만든 여건에 대해서 보다 많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솔직이 말하여 경제인들이 안이한 치부를 포기한다는 선언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오히려 사태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에 자기보호수단으로 그러한 건의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무모한 확대정책은 물가상승과 통화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왔으며 환율과 물가의 갭 확대로 수출정체를 초래하여 경제인들로 하여금 초조감에 사로잡히게 하고있다. 뿐만 아니라 고금리정책으로 묶어놓은 구매력이 언제 어떻게 될지 확실한 전망을 세울 수 없을이만큼 불안하다. 그 위에 제한송전과 수송난 그리고 흉작 등이 겹치고 있다.
이러한 당면의 심각한 불안정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부고속도로를 위시해서 경인운하계획 같은 거대한 사업을 성급히 서두르고 있으므로 가일층 불안감을 갖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제인들의 건의가 경제인들의 사고방식전환을 뜻하기를 바라는 것이며 아울러 경제인들이 인플레이득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이 나라 경제는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정부당국은 절실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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