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역대 수상작 모두 분석 … 많이 봐야 감이 생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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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박설민씨가 지난달 24일 제일기획 아이디어페스티벌 시상식에서 대상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박씨는 “노력과 열정이 있으면 지방대 출신도 공모전의 달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일기획]

공고 다닐 때 153명 중 152등을 했다. 3년 동안 ‘수’를 받은 건 미술 한 번뿐.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외 광고제에서 탄 상만 20여 개가 넘는다. 최근엔 국내 최고 권위의 대학생 광고제 중 하나인 ‘제일기획 아이디어페스티벌’에서 3000여 편의 출품작을 제치고 대상을 탔다. 부산 동의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올 2월 졸업한 ‘광고제의 달인’ 박설민(27)씨 얘기다. 그는 올여름 두 달간의 제일기획 인턴을 하게된다.

 광고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겐 광고제 입상이 꿈이다. 유명 광고회사 취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 해 줄잡아 대학생 3만여 명이 도전장을 낸다. 제일기획 측은 “출품작을 심사할 때 학벌을 보진 않지만 지방대 출신으로 대상을 타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역대 수상작을 모두 분석해 최근 어떤 광고를 선호하는지 파악한 것이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 국제 광고제에서도 여러 번 수상했다는데.

 “지난해 여름 뉴욕의 42회 크리에이티비티 어워즈에서 QR코드를 이용한 옥외광고물로 금상과 은상을 함께 받았다. 부산국제광고제 본선에도 3개 작품이 7개 분야에서 본선에 진출했다. 국내외 광고전 수상으로 탄 상금만 1000만원이 넘는다. 세계 유명 광고제인 클리오·원쇼·뉴욕페스티벌에도 출품했지만 수상하지 못해 아쉽다. 프로 광고인이 된 후 노려보겠다(제일기획 측은 유명 광고회사에 재직 중인 프로 광고인들도 이들 광고제에서 상을 타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 제일기획 대상 수상작은 어떤 작품인가.

 “비접촉식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했다. 동서식품 커피믹스 ‘카누’ 포장곽에 음악정보가 담긴 NFC스티커를 넣었다. 소비자가 그 스티커를 뜯어 커피 포장 박스에 붙인 후 휴대전화를 올려놓으면 잔잔한 음악들이 흘러 나온다. 카누의 공모 주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와 어울리는 컨셉트다. 카페에선 늘 음악이 흘러 나오니깐.”

 - 평소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메모하는 게 습관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휴대전화 노트 앱에 저장한다. 아이디어 뽑는 데는 하루 이상 안 걸린다. 5분 만에 뚝딱 만든 광고로 상을 탄 적도 있다. 대신 평소 근거리무선통신(RFID)이나 QR코드 같은 디지털 기술과 뉴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 많이 고민한다.”

 -지금까지 공모전에 몇 번 도전했나.

 “정확히 세어본 적은 없지만 150회 이상은 되지 않나 싶다. 학교 시험 기간인데도 일주일에 3개 공모전에 출품한 적도 있다. 출품비가 가장 비싼 곳은 15만원, 싼 곳도 4만원 넘게 해서 출품비 부담도 꽤 컸다. ‘공모전에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정작 나는 온라인 게임처럼 공모전 응모가 재미있어서 한 것이다. 스펙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좋아서 하다 보니 결과도 잘 나온 것 같다.”

 - 자신만의 공모전 당선 노하우는.

 “공모전마다 성향이 있다. 아이디어를 많이 보는지, 디지털 기술 활용을 중요시 여기는지, 깔끔한 아트워크를 중시하는지. 이런 걸 파악한 후 그 공모전에 맞는 컨셉트로 작품을 만들었다. 하루에 100개 이상의 역대 수상작들을 분석한 적도 있다. 많이 봐야 감이 생기고, 우연히 비슷하게 만들어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일을 피할 수 있다.”

 - 지방대 출신에게 광고전은 어떤 의미가 있나.

 “학벌의 핸디캡을 벗고 취업할 수 있어 많은 지방대생이 매달린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유명 광고제에서 수상한 선배도 별로 없는 데다 설사 있어도 절대 정보를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 국내외 광고제의 응모절차와 성향 등을 분석해 정리했다. 이 정보를 100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어 놓았다. 전자책 업체 리디북스를 통해 이달 중순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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