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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칙한 외곡수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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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양곡수축의 향방이 하루 속히 명시되어야 하겠다. 삼남지방의 한해로 식량사정이 어떻게 될 것인지 국민이 초조감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양곡수급 계획을 공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편적인 외곡 수입만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외미 20만톤 수입을 결정한 바 있는 정부는 또 다시 대맥 10만톤을 연불로 수입할 방침이라 한다.
기왕 흉작인 바에야 외곡 도입이 불가피 하다는 점을 납득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나 외곡 도입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태도가 석연치 않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월1일로 68 양곡연도가 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올해 추곡 수확량이 확정되지도 않았고 따라서 68연도 양곡수급계획도 성립되지 못하고 있다. 농림 당국은 흉작으로 오는 심리적 충격을 주느니 보다는 오히려 적당히 수급만 맞추어 가는 것이 국민경제를 위해서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나 그렇게 되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공산이 짙은 것이다.
외곡 도입이 원칙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과학적 행정으로서는 소망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를 비 효율화 할 염려가 있다.
우선 67년의 경우를 보더라도 1백56만톤을 이월시켜야 한다는 낭비를 초래했던 것이다. 이러한 과잉도입은 외환을 낭비시킬 뿐만 아니라 부당한 저 곡매를 강요함으로써 농업소득을 억압하고 증산 의욕을 저상 시킨다는 낭비를 조장시킨다.
다음으로 수급예측이 뚜렷하지 못하다면 외곡의 적기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아무리 국내 공급이 부족하다 더라도, 소비는 우선 국내생산물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곡가의 이장폭 등이 일어날 시점과 외곡 도착시점이 맞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외곡도입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지나치게 빨리 도입되면 농민에게 부당한 손실을 줄것이며 지나치게 늦으면 도시민에게 손실을 주고 나아가서 내년도 생산양곡 가격을 부당히 억압하여 농민에게도 손실을 줄 것이다.
셋째로, 수급예측이 분명해야만 부족 양곡의 규모가 확실히지고 부족규모가 분명해야만 식량 정책의 방향이 잡힐 것이다. 농림부의 발표대로 올해 추곡수확이 평년작 수준은 된다면 식량정책의 방향은 국내적인 것이 되어야할 것이다. 추곡의 감산이 2∼3백만석 정도라면 40만톤의 이월 외곡이 있는 것이므로 외곡도입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양곡가격 수준을 상대적으로 높여 식량 소비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국민경제를 위하는 길일 것이다.
반대로 목포 금융단의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듯이 전남지방의 총 감수량 만도 60만톤으로 추정되는 것이라면 외곡 도입은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68연도 예산이나 개발계획조차도 수정되어야 할 만큼 국가적인 문제라 할 것이다. 인도의 경우에서 보면 연이은 흉작으로 3년 간 개발계획이 동결되고 있는데 우리도 올해의 감산율이 큰 것이라면 예산이나 개발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몇 가지 점에 비추어 볼 때 양곡 문제는 쉬쉬하면서 외곡도입을 원칙 없이 서둘러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우선 추곡 수확고와 양곡 수급계획을 분명히 하고 나서 그에 따라 종합 정책의 재조정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우물쭈물 외곡 도입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양곡 수급계획부터 밝힐 것을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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