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가와 월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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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존슨」미 대통령의 장녀 「린다」양은 9일 시집을 간다. 부군은 백악관의 의장 보좌관인 「찰스·로브」해병대위. 「윌슨」영국수상은 국왕 「조지」 3세가 쓰던 은주전자를 선사했다. 장개석 총통도 「티크」제 목기들을 선하 했다. 세계사교계의 호사가들은 이 자리에 초청을 받지 못해 끙끙거리는 모양이다. 하긴 미국의 재계·정계·사교계의 부인들은 초청장을 받으려고 맹 운동을 한다는 「고시프」도 있다.
식은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열린다. 초청을 받은 숙녀·신사는 겨우 5백명으로 제한됐다.
대사 때는 으레 궂은일도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백악관의 요리사들이 두 명씩이나 급서 했다. 바로 축하 「케이크」를 만든 「메지어」씨가 6일 밤 사망했다. 지난번 「루시」결혼식 때 「케이크」를 만들었던 「루바」시도 며칠 전 세상을 떠났다. 줄초상을 만난 셈이다. 그렇다고 결혼식까지 연기될 수는 없다. 식은 예정대로 진행 될 것이다.
『아플 때나, 가난할 때나, 인생의 어떤 곤경에서도 우리는 일생을 함께 한다』고 이들은 성서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한다. 「아플 때」, 「가난할 때」, 「곤경」등은 이들에겐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설마 미국대통령의 딸이 가난 속에 허덕이리라는 궁색한 예측은 쉽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경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이런 선서를 받고 있다. 인생의 긴 여정은 누구도 모를 일이다. 이들이라고 역경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신랑 신부가 금반지(이들은 그것을 선택했다)를 주고받으면 식은 끝이 난다. 불과 12분간.
「허니문」의 환상에서 깨어나면 이들의 눈앞에는 성급하게도 인생의 쓴잔이 벌써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로브」대위는 오는 3월이면 월남전선에 출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사위라고 미국청년의 공동운명에서 제외될 수는 없는 일이다. 「린다」신부는 조그만 집에서 살림을 차리고 「마콜」지(여성 잡지)의 기자생활을 그대로 계속한다. 그는 얼맛동안 미국의 모든 시민이 겪는 것처럼 부군의 안위에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다. 「존슨」대통령은 지난 여름 그의 딸에게 『나는 3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었다. 그는 이제 한 손자의 할아버지이며, 한 병사의 장인이 되었다. 월남의 평화는 바로 「존슨」가의 평화와 직결된 절실한 문제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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