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레저] 다바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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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여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 남부의 민다나오다. 원래 이슬람교도들이 살던 곳인데 미국 지배 시대에 기독도교가 들어오는 바람에 무슬림 선주민들은 오지로 밀려나 버렸다. 필리핀의 종교 갈등은 그래서 시작됐다. 지난달 민다나오 섬의 주도인 다바오에서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의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종교 갈등 때문에 망설이던 관광객들의 발길을 동남아시아 일대를 강타한 쓰나미가 다시 붙들어오고 있다.

사실 다바오는 총탄이 난무하는 바그다드가 아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아시아위크에 따르면 다바오는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17위이며 필리핀에서는 단연 1위다. 그만큼 생활 환경이 좋고 안전하다는 얘기다.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로 가득할 뿐 테러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필리핀의 전통 목선 방카를 타고 40분 정도 가야하는 사말 섬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배에서 내리는 순간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짙푸른 열대 우림과 은빛 모래가 눈부신 백사장, 비취색 산호 바다, 푸른 하늘 등 자연이 빚어낸 걸작뿐이다. 사람 손을 거친 것이라고는 리조트의 수상 방갈로와 비치 파라솔뿐인데 모두 자연 소재로 만들어 인공적인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2인실부터 3층짜리 빌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방갈로들은 기둥을 제외하고는 지붕과 벽.발코니.의자.침대.가구들이 필리핀 전통양식에 따라 대나무 등 천연 소재로 만들어졌다. 침대에 누워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데 드넓은 술루해(海)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 너머 모습을 감추는 석양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발코니 아래 투명한 바닷물 속에서 노는 형형색색 열대어들의 군무를 바라보노라면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모이지 않는다'는 격언은 인간들이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해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산호 바다 가운데의 섬인 만큼 스노클링이나 스킨 스쿠버.제트 스키.바나나 보트 등 모든 해양 스포츠가 가능하다. 스노클링을 즐긴 뒤 인근 섬에 배를 대고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것도 훌륭한 추억이 될 듯싶다.

다바오=이훈범 기자

*** 여행 정보

사말 섬을 비롯한 다바오 지역은 아직 외국인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 사태 이후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마닐라 2박,다바오 2박으로 구성된 여행 상품이 일반적이다. 요금은 주중 출발이 99만~120만원, 주말 출발이 115만~149만원 등이다. 문의 : 에스투어 (02)777-7025, 필리핀 항공 (02)774-3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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