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허리 건강, 수술 없이 되찾는 방법 있었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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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을 받은 73세 이순월(오른쪽)씨가 최봉춘 세연통증클리닉 원장에게 튼튼해진 허리를 자랑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이순월(73ㆍ충북 단양)씨는 올봄 오랜만에 라일락 향기를 맡고 있다. 이씨는 3년 전부터 디스크와 함께 척추관 협착증이 심해 나들이는 언감생심이었다. 10년 넘게 쪼그려 앉은 채 막일을 하면서 허리 건강을 잃은 탓이다. 올 설에 허리가 삐끗한 뒤로는 임시방편으로 맞던 근육주사도 소용 없었다. 고혈압과 당뇨병 때문에 쉽사리 ‘수술’을 받기도 겁이 났다. 때마침 레이저를 이용한 비수술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시동생 얘기를 들었다. 이씨는 2월 23일 시술을 받았다. 시술을 권한 아들 김태수(44ㆍ경기 시흥)씨는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허리 건강을 선물로 드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에게 대표적인 허리 비수술요법인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에 대해 알아본다.

지름 1㎜ 내시경, 0.9㎜ 레이저관 삽입해 시술

수술은 잘 됐지만 허리ㆍ다리가 계속 아프고 저림, 감각 이상 등 증상이 지속되는 것을 ‘수술 후 통증증후군’이라고 한다. 원인은 절개한 수술 부위가 회복되면서 조직이 신경에 달라붙는 유착현상 때문이다. 유착된 조직이 신경을 압박하거나 염증을 일으켜 통증이 유발된다. 수술 환자의 5~30%가 이 같은 수술 후 통증증후군에 시달린다는 통계가 있다.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수술의 단점을 극복한 비수술 치료법이다. 카테터(도관)의 뒷부분에 구멍이 2개 나 있다. 각각의 구멍에 철사처럼 얇고 긴 초소형 내시경(지름 1㎜)과 레이저 관(지름 0.9㎜)을 끼워 넣는다. 관 안에 빨간 불빛의 레이저 관과 내시경이 함께 들어 있다. 환자의 꼬리뼈 쪽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이 관을 천천히 삽입한다. 관 끄트머리 부분은 좌우로 조종된다. 의사는 외부 모니터를 보며 환부 상태를 관찰한다. 탈출된 디스크가 발견되면 레이저를 쏜다. 레이저가 ‘지지직’ 소리를 내며 튀어나온 디스크를 태운다. 허리디스크의 원인인 염증도 내시경으로 확인하는 순간 레이저로 치료한다.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 시연 모습.

레이저 기술 더하면 치료 효과 30%↑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2010년 말 세연통증클리닉이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기존엔 레이저가 없는 ‘꼬리뼈 내시경술’이 이뤄졌다. 내시경으로 환부를 정확히 볼 수 있어 주변 신경ㆍ조직을 건드릴 위험이 거의 없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름 약 1㎜의 구멍만 내어 시술하므로 치료 공간이 매우 좁다. 따라서 지혈을 위한 기구 혹은 염증 제거 기구를 별도로 넣기 어렵다.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기존 내시경술에 레이저 기술을 추가한 것이다. 얇은 레이저 관이 디스크를 태워 크기를 줄인다. 또 레이저는 출혈을 멎게 하고, 염증을 제거한다. ‘꼬리뼈 내시경술’보다 염증 제거 영역이 넓다.

치료 효과는 기존 시술보다 30% 더 높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최 원장은 “특수 레이저로 염증물질은 물론 부은 인대와 디스크 크기를 모두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술 시간은 30~40분.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만성질환 때문에 수술을 꺼리는 고령 환자, 시간 여유가 없고 수술 부작용이 걱정되는 환자에게도 추천된다. 국소마취로 진행하므로 심장질환 등 내과 질환자도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최 원장은 “그간 척추질환 초기 환자에게만 적용되던 비수술 치료법이 첨단 내시경과 레이저 기기까지 결합된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의 등장으로 수술 후 통증증후군, 중증 척추환자가 선호하는 치료법이 됐다”고 말했다.

통증지수 감소 … 세계 무대서 효능 입증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의 치료 성적은 해외에도 소개됐다. 세연통증클리닉 의료진은 최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제15차 세계임상통증학회 학술대회’에서 허리디스크 환자 50명의 시술 성적을 발표했다. 일반 디스크 환자 22명 모두 통증지수(VAS)가 70% 이상 줄었다. 디스크 파열 정도가 심한 환자군 28명 중 20명(71.4%)의 통증지수는 55% 감소했다. 최 원장은 "디스크 탈출 정도가 심한 환자가 비수술 치료법으로도 수술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글=정심교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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