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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외무성에 북괴간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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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강범석 특파원】일본 외무성의 외무공무원이 북괴의 비밀공작원에게 외교상의 기밀문서를 누설한 사실이 드러나 이곳에서 충격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경찰은 외무성 구아국동구과 직원이었던 산본신오(야마모도·신고=36)를 국가공무원 법 위반혐의로, 지난 16일 잇따라 북괴첩보원 이재원(37)을 공범혐의로 23일 각각 체포했다.
일본 외무성대변인 신관(니이세끼) 경보문학국장은 29일 저녁 이재원이 일본을 통해 입수한 기밀문서는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누설되어온 일본의 외교문서는 일본국회에서도 일체 밝혀지지 않았던 기밀문서로 전해지고 있어 사건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입수한 일본의 기밀문서를 재일 교포 북송선 편으로 평양으로 보냈었다고 하며 일본경찰은 이의 비밀공작을 지령한 배후관계 및 북괴와의 접촉「루트」를 심문중이다. 일본경찰수사에서 드러난 북괴첩보사건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이와 산본이 체포되기까지=올해 들어서 북괴를 비롯해 공산권제국에서 일본이 기밀로 취급하고 있는 공산권에 대한 일본의 외교상의 기본방침 등이 여러 차례 공표 되는가 하면 이에 입각한 외교공세를 취하는데 의아심을 품게된 일본 외무성은 성내에 정보제공자가 있다고 보고 내사를 펴왔다. 산본이 여러 차례 외교문서를 부외로 반출해나간 흔적이 드러나고 그가 보관중인 외교문서를 제출토록 상사가 지시해도 무슨 구실을 붙여 즉각 내놓지 못하는 사례가 있게되자 일본외무성은 극비리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 경찰은 약5개월에 걸친 잠복·미행 끝에 산본이 정기적으로 이와 접선하고 있다는 것을 포착, 양인의 자택과「아지트」를 강제 수사하여 증거서류를 압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와 산본과의 관계=1952년 국학원대학 사학과를 나온「야마모도」는 그해에 외무성 대신관방문서과에 임시직원으로 채용됐다가 60년 4월에는「외무성무관」이 되었다. 64년엔 국제자료부 조사과로 옮겼고 67년3월엔 다시 동구과로 옮겼으며 머지않아 외국에 연수생으로 파견될 예정이었다(형식상으로는 지난 11월 10일 사직). 산본은 대학 재학시절부터「조선인문제」에 흥미를 가졌다고 하며 그러다 보니 조총련회합에 드나들고 이와 알게되었다. 접근해온 이의 의뢰로 처음에는 구두로 기밀외교문서내용을 전하다가 작년 10월부터는 문서를 직접 이에게 수교하게 되었다. 경찰조사로 드러난 것만 해도 이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기밀문서를 누설하고 2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이의 배후=경북 경산군 출신으로 1949년 일본에 밀입국하여 법정대학 사회학부에 다닌 이는 학창시절부터 산본과는 얼굴을 아는 사이였다. 법정대학을 졸업한 후 동경대학 농학부 농업경제과에 연구생으로 적을 두었고 60년부터 3연동안 동경의 북쪽에 위치한 군마현에서 조총련계 조선인초급학교 교사를 지내다가 63년 동경으로 되돌아와 재일 조선인상공연합회 정치부 부부장직을 맡는 한편「조선인상공신문 기자 직함을 내세우며 북괴첩보활동을 펴왔다. 이는 학생시절 때부터 면식이 있는 산본을 통해 외무성에 손을 뻗치는 한편 다른 행정관청에도 정보망을 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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