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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 뒤집힌 제도개혁|전문가들이 본 농지법시안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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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문34조 부칙으로 된 새 농지법안은 이제「여론의 도마」위에서 그 시와 비를 가름 받아야 한다. 농업생산력의 증강과 농가소득의 증대를 목적으로 한 이 법안은 18년 전에 공포된 농지개혁법이『소작농지를 농민에게 분배 소유케 하는 과도적 입법』이라고 지적,『기본적이며 항구적인 농지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제기돼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 법안은 농촌근대화의 그늘에서 자칫하면 2백54만 농가 중 약40%를 차지하는 1정보미만의 1백만 명 농가를 사실상의 소작 화하는 조항을 품고있으며 아직도「신농」을 믿고 낙후된 영농방식이 대부분인데다가 농산소득이 적정이윤을 찾지 못하고있는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강한 반발이 일고있다.▲농지소유의 상한제 철폐▲소유자격을 학대하여 소작화 냄새를 풍기는 자영농인정과 위탁영농제도 채택▲현실적으로 실현성이 희박한 농지의 임대차조건 ▲농업이외의 타 산업투자로의 전환이 가능한 농지담보금융제도 등이 쟁점의 핵이다. 이래서 『농촌에 대한 자율적인 농업투자가 농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법 제정 이전의 선결요건(서울대농대 김문식 교수)이라고 주장하는가하면 변질된 소작제도인 자영농 및 임대차농 제도는『경자유전의 헌법정신에 위배될 분만 아니라 옛날의 지주제도를 부활시키는 결과를 초래』(고대 김준보 교수)한다고 전면적인 부정을 내걸기도 했다. 그런가하면『자영은 농업의 기업화 및 도시자본의 농촌유입이라는 점에서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으며『불가피한 경우의 타경은 어디까지나 과도적인 것』이라는 지정적인 의견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가들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엮어보기로 한다.<경제부>
「앙케이트」에 답해 주신 분(가나다 순)
박근창(중앙대학교수) 정현준(중앙농지위원) 유진순(중앙대학교수) 조동필(고대교수)

<구성부터 모순>
◇중앙농지위원회의 성격(법3조)
▲유정무씨=법 제정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구성인원이 문제며 위원회가 정치적 및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야 될 것이다.
▲조동필씨=지금도 사실상 제 구실을 못하고있는데 정부의 의도대로 잘 운영 될 것인가?
▲정현준씨=제도상으로 농지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기구는 필요한 것이며 자문도 문제처리의 한 방식이기 때문에 정책수립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본다.
▲박근창씨(중대교수)=직접 이해관계 입장에 있는 자작농 또는 소작농들로 구성해야하며 실무자들로 구성하는 것은 피해야한다 새 농지법을 만들어 낸 중앙농지위원회가 구성부터 모순을 드러낸 만큼 아예 기대도 걸지 않는다. 좀더 신중을 기해야한다.

<투자 수인의 문>
◇농지소유제한 철폐(법8·9조)
▲유정무씨=자경·자영자가 농지를 갖게 뇐다는 것은 원칙이며 자경·자영을 하지 않고도 땅을 소유하게 되는 불가피한 경우의 타경은 제한을 두어 구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도적으로 보고 경자유전의 원칙에 부합되도록 유도되어야 한다.
▲조동필씨=현실적으로 상한제철폐가 가능할 것이며 문제는 농업자본의 성격인데 자본을 농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오히려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점에 비추어 농지에 돈이 몰려 들것인지 의문이다.
일종의 부재지주를 인정하는 것이며 기업농이 육성되기 어렵다.
▲정현준씨=경자유전의 원칙을 고수하지 않고 상한제를 철폐하는 한편「자영」규정을 두어 재촌자가 아니라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농업의 기업화 및 도시자본의 농촌유입이란 점에서 타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자영규정이 부재지주나 소작제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법 운용에 관한 문제다.
▲박근창씨=지주자격에 자영을 추가한 것에 불과한데 결과적으로는 부재지주를 인정하게 될 우려가 있다. 부재지주들이 자영을 빙자하여「카무플라지」할 가능성이 많아 위험천만한 일이다.
특히 기업농이 성립될 소지가 없는 현실적으로 보아 토지에 대한 부동산투자를 조장시킬 것이며 이미 토지를 산 사람들에게 합법화의 길을 터줄 뿐이다.

<타경 악용 우려>
◇타경의 제한(법10조)
▲유정무씨=불가피한 타경은 한 농지법에도 인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다시 농민에게 되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송 등에 의해 경작된 땅은 약간의 기간, 학술단체 등의 땅은 항구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부재지주의 성격은 변해가고 있으며 재촌 지주만이 영농자라는 개념은 타당성이 없는 것. 불가피한 타경과 소작제도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조동필씨=한계가 모호하다. 지금도 청부소작이 30%에 이르고있고 자경하는 자도 사실상 타경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규정은 악용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정현준씨=②항의 이유로 해서 농지소유제한을 완화한 이상『자기가 갖고있으나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구제규정으로 타경을 제한범위 내에서 인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박근창씨=현재 성행하고 있는 것을 양성화하는데 불과하다. 호남의 경우 약20%의 농가가 타경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양성화를 통해 더 조장될 것이다.

<기업농에 역행>
◇부대차의 규제(법11조)
▲유정무씨=실제로 경작하는 사람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인 것으로 본다.
▲조동필씨=구실을 붙여서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경작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적극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옳다.
▲정현준씨=불가피해서 타경을 인정하더라도 경작자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임대료를 2할 이내로 제한한 것은 당연하다.
▲박근창씨=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임대비율을 높이면 소작인들이 피해를 입게될 것이고 임대비율을 낮추면 기업농 또는 대규모영농의 소지가 그만큼 축소될 것이 아닌가.

<가격안정부터>
◇농지담보 금융제도(법22조)
▲유정무=농지규모 확대, 상속 및 영농 등의 면에서 볼 때 불가피한 것이며 별도로 기금을 창설, 장기·저리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조동필씨=농지담보금융은 장기·저리가 분명한데 이 돈이 농자로 활용되기보다 오히려 도시로 몰려들어 3차 산업에 투자되거나 고율의 이식을 목적으로 전환될 것이 아니겠는가? 법 제정보다 우선 농산물가격 안정이 급선무이다.
▲정현준씨=돈 없는 경작자가 농지를 취득하드록 자금 면에서 뒷받침하는 것은 극히 중요한 일이며 중·장기성 저리융자기금을 설치, 운영할 필요가 있다.
▲박근창씨=토지의 집중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현재의 실정으로 보아 고리채임에도 불구, 빚을 지고있는데 저리가 되면 농촌채무가 급증할 것이다. 농가소득의 취약성에 비추어 채무가 급증한다면 결국 토지의 소유형태는 일부에 집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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