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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서 보낸 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O…소백산기슭 해발386미터 길이 4,500미터 한국최대의「죽령터널」입구.
지각없는 사람들의 만행을 방지하고자 우리 전투경찰대원들은 중앙선 연차 경비에 심혈을 기울이며 밤을 낮처럼 보내는 것이다.
○…바로 어제 일이다. K순경과 둘이서 두툼한 방한모를 눌러쓰고 장전된 소총을 잡은 채 새벽1시30분 부산행 완행열차가 통과하는 것을 지켜주고 있었다.
중년의 낯모르는 신사가 다정스레 손을 흔드는 게 아닌가. 우리도 손을 마주 흔들었다. 순간 휙 차창 밖으로 신문뭉치가 날아왔다.
배수로에 빠져 물에 젖은 것과 철길 위에 흩어진걸 주워 모았다. 두 장이 없는「주간한국」.광고하나 빼지 않고 다 읽었다. 정말 고마웠다. 흐뭇한 인정이다.
○…바스락 바스락「플라타너스」잎들이 굴러가는 소리에 잠 못 이루던 밤도 지나 이제 소백산 연화봉엔 벌써 흰눈이 쌓였다. 문명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우리에게 고마움을 던져준 그 분에게 보답하는 길은 신뢰받는 경찰관이 되는 것뿐이라고 다짐하며 총대를 힘있게 잡아본다. <최희곤·26·공무원·경북 영주군 풍기면「희방사」역 경찰파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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