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골수당원들 화두는 '안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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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전당대회에서 만난 민주당 ‘골수’ 당원·대의원들의 고민은 역시 외곽에서 당을 흔드는 ‘안철수 신당설’이었다.

 대부분 수십 년 민주당원으로 ‘바닥 정치’를 해온 이들은 어떤 점에선 평론가 이상이란 말을 듣고 있다. 본지가 전대 현장에서 대의원 20명과 문답을 나눈 결과 대의원들 중 10명 이상이 신당 창당설이 나오는 안 의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냈다.

 강원도 춘천에서 온 한 40대 대의원은 “안철수는 대선 때도 야권만 흩뜨렸다. 이제 야권은 그만 분열시키고 자신의 지향이 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미적거리지 말고…”라며 큰 소리로 비난했다. 경기도에서 온 대의원 이모씨(55)는 “노원병에서 우리 당이 양보하네 마네 했는데 신경질이 난다. 안철수가 돼서 달라진 게 뭐 있느냐”고 물었고, 역시 이름 밝히길 원치 않았던 한 대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침체기에 빠져 있는 것 같으니까 안 들어오고 혼자만 살겠다고 저러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대의원 홍은표(57)씨는 “안철수는 컴퓨터로 돈 많이 번 사람인데 컴퓨터처럼 한 우물을 판다고 해서 정치가 되는 게 아니다. 독자세력화엔 역부족일 것”이라며 “우리나라 정치는 무조건 (기호) 1번 아니면 2번”이라고 잘라 말했다. 호남에서 왔다고만 밝힌 한 60대 대의원은 “판을 흔들어보고 싶어 하는 이들은 호남 민심이 (안철수 쪽으로) 움직인다고 얘기를 하고 다니는 데, 동력이 없다. 당을 만들려면 시민사회도 필요하고 새 인물, 기존 인물, 다 필요한데 시민사회는 작살나 있고 인물 충원할 데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의원 신동관(62)씨는 “민주당이 하루 이틀 된 정당도 아니고 안철수가 창당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다 몰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고,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60대 대의원은 “여당에서야 안철수가 민주당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그건 그쪽의 바람일 뿐”이라고 했다. 서울 강북지역의 대의원 이모(51·여)씨는 “심란하다”면서 “안철수씨가 민주당에 상처를 너무 많이 줬어. 지난해 대선에서도 시간만 끌다가 결국 각자 자기 길을 간 거 아닌가. 투표 하곤 바로 미국으로 가버리고, 이제 와서 신당을 만든다고 하니…”라면서 불만을 표했다.

 ‘친안철수’ 입장을 보이는 대의원도 드물게 있었다. 33년째 민주당원이라는 대의원 박영단(62)씨는 “내가 DJ 야당 시절부터 당을 위해 모금하러 다닌 사람”이라면서 “안철수를 포용해야 우리 당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충남에서 올라온 당원 김주현(48)씨도 “김한길 대표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 안철수 영입”이라고 강조했다. 전북에서 온 대의원 한인수(72)씨는 “안철수가 들어오면 민주당 비주류가 아닌 주류가 흡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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