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모듈 국산화로 세계 5위 업체 우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가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정현 기자]

‘걸면 걸리는 걸리버’ ‘내 손 안의 작은 위성 시티맨’…. 개발에 참여한 이런 제품들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볼 때만 해도 그는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시티맨과 걸리버는 1990년대 후반 현대전자가 만든 휴대전화 브랜드다.

 엠씨넥스 민동욱(43)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현대전자와 팬택&큐리텔 연구소에서 8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컬러 액정(LCD), 문자메시지 서비스, 카메라 기능이 추가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2002년에는 월드컵을 거치면서 국내에 카메라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는 현상을 지켜봤다. 그는 “조만간 문자메시지처럼 컬러 사진을 주고받는 날이 오고, 카메라는 미래 휴대전화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은 샤프·소니·교세라 같은 일본 기업에서 사와야 하는 ‘값 비싼 수입 부품’이었다. 카메라 모듈 경쟁력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이 들면서 그는 자신만의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2004년 사표를 내고 엠씨넥스를 설립했다. “일본산보다 나은 카메라 모듈을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다. 카메라가 들어간 휴대전화를 만든 연구소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카메라 모듈 사업은 크게 네 가지 분야를 잘 알아야 한다. 이미지 센서와 광학계는 기본이고 손떨림 보정, 멀티샷, 디지털줌, 컬러튜닝 같은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담은 소프트웨어 기술, 그리고 세미 반도체 공정을 이해해야 한다. 그는 “여러 분야의 경쟁력을 동시에 고민해 최상의 결과물을 조합해 내는 일이 모듈 사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2005년 매출 100억원, 2006년엔 300억원. 중소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납품을 늘리면서 순항을 하던 회사는 2007년 말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으면서 함께 휘청댔다. 주요 고객사들 중에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다. 100억원 규모의 매출 채권이 회전되지 않고, 고객사 3곳에서 모두 10억원가량의 부도를 냈다. 그는 “자금이 안 도는 회사는 피가 안 도는 몸과 똑같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며 “연구원으로서는 해볼 수 없었던 경영자 수업을 1년반 동안 확실히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내수 편중으로는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엠씨넥스는 현재 일본·중국·대만에 영업소를 두고 있다. 전체 매출의 60~68%를 해외에서 거두는 수출업체로 변신한 것은 이때의 경험에서 나온 결과다.

 시장 외에 제품 다변화도 시도했다. 3년간의 준비 끝에 2008년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그랜저·오피러스 등 일부 고급 차종에 후방 주차용으로 장착됐던 카메라는 현재 중형차 급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 대표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은 향후 스마트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라며 “전자지도·위성항법장치(GPS)와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부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엠씨넥스는 현재 파나소닉·소니·후지쓰·마그나에 이어 차량용 카메라 모듈 생산 세계 5위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1704억원의 매출 가운데 차량용에서만 4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민 대표는 “유럽에서는 360도 감시 카메라를 장착하는 것이 규격안전 테스트의 가점 항목이 됐고, 미국에서는 ‘힐러리법’이라고 불리는 차량용 후방카메라 의무장착 법안이 논의 중”이라며 “자동차용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기술로 진검 승부를 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박태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