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외교사절-파나마 총영사 길옌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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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자라고 얕보시면 곤란해요. 제가 한국에 있는 한 저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 양국간의 우호 증진에 힘써보겠어요.』
주한「파나마」국 총영사로 내한한「카르멘·엔네·데·길옌」여사는 자기가 주한외교사절 중 여자로서는 최초로 서울주재 총영사로 온 사람이라는 기자의 말에 더욱 용기가 나는 듯(?) 기세가 강해졌다.
역시 외교관인 남편「마르쿠시」씨가 주한「파나마」대사로 있긴 하지만,「마르쿠시」대사는「홍콩」대만 한국 등 3개국의 겸임대사로 주로「홍콩」에 상주하게 되어 한국에 관한 일은 주로 자기가 맡아보게 돼있다고.

<공사 염격히 구분>
직속상관이 바로 부군이라는 사실에 대해『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해야지요. 가정에선 남편이지만, 사무실에선 대사 아니에요? 하지만 일을 좀 해 나가다 보면 약간「댈리키트」한 경우도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이미 각오한 일이니까 잘 해나갈 겁니다.』
「스페인」식 영어로 또박또박 말하는「길엔」여사는 자기가 처음 한국에 왔었던 63년에 비해 서울시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면서 사뭇 감탄조.『우리 나라는 총인구가 1백30만 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서울시의 인구만 4백만이 된다니 한국은 정말 큰 나라군요. 두 나라 사이의 우정을 두텁게 하는데 우선 힘쓸 작정이며 양국간의 정상관계도 연구과제가 많이 있으므로 계속 주시, 연구해볼 작정입니다.』

<「한국은 큰 나라」>
조심조심 외교관답게 말을 하던「길옌」여사는「파나마」운하문제로 미국과 다투었던 골치 아픈 정치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몸을 도사리며「노·코멘트」하더니『어느 나라이건 자기 나름의 국가이념을 가지지 않았습니까?』라는 함축성 있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랜드·호텔」2층에 자리잡은「파나마」국 총영사관이 27일 정오에 개관, 멀리 중미의 조그만 나라에서 은 여자외교관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김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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