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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에 갇힌「선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년6개월만에 만난 지난날의 은인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선의를 베푼 한 여인이 오히려 「악인」으로 몰려 울고있다.
용산경찰서는 28일 이순남(48·서울 을지로6가 18의21)여인을 장물알선혐의로 구속했다. 이 여인은 이름과 주소를 모르는 은인의 50만원 짜리 보증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줬다가 화가 된 것-. 이 여인이 은인을 다만「주문진 아주머니」라는 별명만 알고 있었던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 여인이「주문진 아주머니」를 알게된 것은 사업에 실패한 남편 김일춘(64)씨와 함꼐 65년 5월초 속초 도립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다. 돈이 떨어져 끼니조차 잇기 어렵던 이 여인은 맞은 편 병실에서 남편병시중을 하고있던「주문진 아주머니」에게 옷 몇별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다.「주문진 아주머니」는 값비싸게 팔아주고 보름 후 퇴원할 때에는 돈2천 원까지 주면서 객지에서 고생하는 이 여인을 극진히 위로하고 떠났다.
○…2년6개월이 지났다. 이 여인은 지난 10월 28일 서울역 앞 대한생명보험 앞에서 이 「주문진 아주머니」를 뜻밖에 만났다.『장사를 한다』는「주문진 아주머니」는 일요일인 다음날 이 여인과 다시 만나 수금한 액면50만원 짜리 보증수표 한 장을 주면서『급히 강릉에 가야겠으니 현금으로 좀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지난날의 은혜를 잊을 수 없던 이 여인은 자기 친구 최 모 여인을 통해 50만원을 현금으로 바꿔주었다.
○…발령번호 19370인 이 보증수표는 한일은행 무교동지점에서 분실신고가 되어있는 장물이었음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이 여인은「주문진 아주머니」의 거처를 찾아 속초 도립병원까지 갔으나 병원에선 입 퇴원환자의 명단이 입원호실과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자기 것만 확인되고「주문진 아주머니」의 이름과 주소는 찾을 수 없었다.
○…경찰에 구속되었지만 이 여인은 아직도 지난날의 은인「주문진 아주머니」를 욕하지 않는다. 다만『그 착한 분이 그런 나쁜 짓을 했을 리 없다. 어느 다른 나쁜 사람에게 속아 받은 수표일 것이다』라고-. 어쩌면 그 또한 선의의 여인「주문진 아주머니」는 지금 어디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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