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무관심 … 민주당 투표율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박기춘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의 마지막 확대간부회의를 마치며 악수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민주통합당에 투표율 비상이 걸렸다. 새 지도부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가 4일 오후 1시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지만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선 권리당원을 상대로 한 ARS 투표율(1~2일)이 29.9%를 기록했다. 10만2117명 중 3만565명만 투표한 것이다.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의 투표율치고는 아주 저조한 결과다. 열성 당원들의 투표율이 이처럼 저조하게 나오자 4일 전당대회에 대의원들이 얼마나 나올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6·9 전당대회에선 대의원 투표율이 68.6%, 당원·시민선거인단 투표율이 44.9%였다.

 고위 당직자는 3일 “대선 패배 이후 첫 선거인 4·24 재·보선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면서 민주당의 존재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당의 핵심적 구성원인 대의원 투표율마저 50%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리당원과 대의원마저 당 이슈보다는 당 밖의 안철수 변수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도 했다.

 이번 지도부 경선 반영비율은 대의원 투표 50%, 권리당원 투표 30%, 국민·일반당원 여론조사 20%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는 이미 끝난 만큼 당일 대회장에서 대의원들이 던지는 표가 당락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자리를 놓고 다투는 김한길·이용섭 후보 캠프는 전대를 하루 앞둔 3일 대의원 지지세 결집을 위한 총력전을 폈다. 특히 자신을 지지하는 대의원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당대회 현장 표심을 얻기 위해 연설문 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김 후보 측 허남동 보좌관은 “전·현직 지역위원장, 여성국장, 청년부장 등 오피니언 리더급 대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드려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며 “김 후보뿐만 아니라 부인인 최명길씨, 함께하는 국회의원들이 모두 전화기를 붙들고 혹은 직접 찾아뵙고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 김양정 보좌관은 “집토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라며 “대의원을 동원하는 건 불법이니, 당에 대한 애정과 당의 미래를 얘기하며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후보 측은 모두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패권주의에 물든 당을 개혁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큰 민심이 형성돼 있다”고 했고, 이 후보 측은 “후보가 두 달간 전국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정성을 다했다. 내일(4일) 그 정성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지긋지긋한 선거 패배로 눈물 흘리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고, 이 후보도 “멈춰가는 민주당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윤호중·우원식·안민석·신경민·조경태·양승조·유성엽(기호순) 후보 등 7명도 막판 대의원 표심 잡기에 힘을 다했다. 이들 중 4위까지만 최고위원에 오른다.

 ◆115일 비대위 마감한 문희상=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 주재를 마지막으로 115일간의 비대위원장 활동을 마감했다. 이 자리에서 문 위원장은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되면 남북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완전 폐쇄는 막아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점을 확인해주기 바란다”고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유지를 위한 영수회담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방미가 끝나는 대로 민주당 새 지도부와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위원장은 지난 1월 9일 비대위원장 취임 때도 당시 박근혜 당선인의 장점을 부각하며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주문했다. 당시 그는 “박 당선인이 ‘나무랄 데 없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당선인이 민심과 대통합으로 방향을 잡고 그 방향으로 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었다.

글=강인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