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민정의 길|「쿠데타」7개월의 「그리스」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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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에서 민주주의의 기원의 첫째를 꼽는 「그리스」민주주의는 지난4월21일의 군부「쿠데타」에 치명상을 입어 아직도 깨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시대착오의 감도 없지않은 입헌군주제가 깊은 뿌리를 박고있는 이나라인지라 「쿠데타」를 일으켜 혁신세력에 결정타를 가한 군부도 처음부터 국왕의 권위를 업고나와야만 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일. 「쿠데타」의 거센 폭풍이 불고간지가 벌써 만 7개월이 지났어도 이나라 경제안정에 부인할 수 없을 만큼 큰영향력을 미칠수 있는 미국이 『민정복귀에로의 선의의 압력』을 꾸준히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정이 민정으로 바뀔것이라는 아무런 보장이나 징조가 없다. 세계의 빗발치는듯한 여론에 마지못해 혁신세력의 총수인 전수상 「파판드레오」씨의 구속의 끈을 늦추어 자택에 연금시키고 조무라기 혁신계인사들은 풀어줄것이 군사정권이 베푼 「선심」의 전부라면 전부이다.
그러나 전수상 「파판드레오」씨의 아들이며 혁명계의 젊은기수인 「파판드레오」2세와 지도급 혁신인사들에 대한 구속과 감시의 눈을 조금도 풀리고있지 않다. 특히 군정이 악질적인 친공분자란 낙인을 찍은 「파판드레오」2세에 대한 미국조야의 관심은 크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전미국시민으로서 유명한 미국대학의 교수로 근무한 적도있고하여 그의 사상이 도저히 『위험한 친공분자』로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미국학계에서 보증하는데 앞장서있기 때문이다. 군정은 최근 한여류신문인이 발행하는 신문이 반정부적인 글을 실었다하여 그신문을 폐간시켰을뿐 아니라 그발행인까지도 투옥해버려 반민주적인 이정부에대한 외부세력의 비난이 높아가고 있다.
우파가 주도권을 잡고있는 「그리스」군부와 국민들의 호응을 받고있는 혁신파외의 대립, 알력은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두세력의 중간지점에서 고립감을 씻을길 없는 젊은 국왕 「콘스탄틴」의 고뇌도 이만저만이 아닌 듯. 지난번 군부「쿠데타」당시에도 처음에는 자기이름을 도용(?)하다시피한 군부의 처사에 동조하기를 꺼렸으나 끝내 「쿠데타」를 지지하지않을 경우 왕위를 지킬수 있었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마지못해 군부의 행동에 휘말려 들어갔을 것이라는게 관측통들의 유룍한 견해. 국왕망명설까지 일부에서 나돌았으나 말이다. 선왕인 「파울」1세가 서거하기직전인 64년2월의 총선거전만해도 지금 군부가 그렇게도 사갈시하는 혁신세력의 존재는 미미했던 것이다.
이총선에서 「파판드레오」가 영도하는 혁신세력이 12년간의 집권세력인 보수세력을 꺾고 승리한데서 명맥을 유지하려는 보수파와 국민의 기맥과 통하는 혁신계의 싸움은 불을 뿜었다. 정책문제로 우파인 국방상 「가로팔리아스」의 해임은 「파판드레오」수상이 국왕에게 건의했다. 거부되어 수상이 이임한 것을 계기로 「쿠데타」위험성이 점고했다. 군부내 우파를 거세하여 그 자리에 혁신세력을 앉히려는게 「파판드레오」의 속셈이라고 판단한 국왕이 자신의 지위약화를 두려워 즉각 수상의 사표를 수리했음은 말할것도 없다. 입헌제의 국왕으로서는 혁신계보다 우파를 두둔하지않을 수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군부의 비대화는 왕위보존에 도움이 될 것이 없기 때문에 군부의 보이지않는 압력에 못이겨 군정을 지지하면서도 은연중에 경계심을 품고있을 「콘스탄틴」왕의 고충에도 이해가 간다.<신상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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