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호 사고 조사] "폭발직전 왼쪽날개 온도 치솟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일 컬럼비아호 왼쪽 날개의 온도가 공중폭발 직전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컬럼비아호 승무원 7명 전원의 유해를 수습, DNA 분석을 통한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장례식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부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4일 치러진다.

< 컬럼비아호 구조와 사고상황 >

◇온도 급상승과 이상 비행=론 디트모어 NASA 국장은 이날 "1일 오전 8시54분(현지시간) 컬럼비아호 왼쪽 날개의 온도가 오른쪽 날개 부분 온도 상승폭의 4배 가량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컬럼비아호 표면에는 대기권 재진입과 비행 때 공기마찰로 발생하는 고열에 견디기 위해 2만4천여개의 내열 세라믹 타일이 부착돼 있다.

NASA는 이에 따라 지난달 16일 발사 당시 연료 분사장치의 파편이 왼쪽 날개에 부딪치면서 내열 타일을 손상시켜 기체 이상을 가져왔을 가능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미 당국은 정부와 군 전문가들로 3개의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노후 기종이 재난 초래"=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일 사고 원인과 관련, 컬럼비아호가 기체 노후화로 NASA 내부에서도 운항 위험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보도했다.

1981년 첫 우주비행에 나선 컬럼비아호는 올해로 22년된 미국 내 최고 구형 왕복선으로 연료 계통에 누출이 생기고, 외장에 녹이 슬며 심지어 딱따구리가 뚫은 구멍까지 발견될 정도였다는 것이다.

99년 비행 때는 낡은 배선 때문에 왕복선 엔진을 조정하는 주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대기권 재진입 때 기체를 보호하는 핵심 장치인 냉각 계통의 이상도 발견됐다.

◇인터넷 경매로 부품 구입=신문은 특히 구형 정밀 부품들과 기술로 제작된 컬럼비아호는 일부 장비의 생산이 중단됨에 따라 NASA 기술자들이 보수를 위한 부품 구입에 애를 먹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컬럼비아호 컴퓨터 제어장치의 핵심 부품인 인텔 8086칩은 IBM사가 81년 첫 개인용 컴퓨터를 내놓을 때 사용했던 제품이다.

이에 따라 NASA 기술자들은 구형 하드웨어나 전자장비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e베이'를 활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때 퇴출도 검토=이 때문에 NASA는 한때 컬럼비아호를 비상용으로 우주정거장에 영구 배치하는 방식으로 퇴출시키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결국 2001년 1억4천5백만달러를 들여 팜데일 보잉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방안을 채택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