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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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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 등의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조선 업계가 올 들어 10억달러가 넘는 수주 실적을 올렸다.

업계는 올해 수주량이 3일 현재 지난해 1분기 수주량을 넘어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어 2년 연속 7백만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기준)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나기 수주=대우조선해양은 그리스 크리스텐사와 39만6천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한척을 6천5백만달러에 건조키로 계약하는 등 유조선 4척을 2억1천만달러에 수주했다고 3일 밝혔다.

STX조선도 설 연휴 중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곳으로부터 석유제품운반선(PC선) 7척(옵션 2척 포함) 2억2천만달러어치를 수주해 지난달 초 수주한 12척을 포함해 올 들어 5억7천만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한진중공업 역시 올 들어 처음으로 독일 리크머스사로부터 5천60TEU급 컨테이너선 6척(옵션 2척 포함)을 3억달러에 수주했다. STX조선과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월에는 수주 실적이 전혀 없었다.

◇왜 늘어나나=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고 있는데다 유조선 교체 수요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가스전 개발이 지속되면서 주춤했던 LNG선 수주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선박투자 회사법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국내 선주사들의 발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현재 1천7백7만t이었던 수주 잔량은 더욱 늘어나 3년치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의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39%를 기록, 일본(40%)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10여년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설계능력이 약화돼 선주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 선사들이 같은 가격으로 훨씬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한국 조선업계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 활발한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당경쟁 우려도=업계는 그러나 일부 지나친 저가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계약만 해도 10~30%의 선수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배가 완성되는 2~3년 후의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원화 강세까지 이어질 경우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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