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오로지 여자와 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자와 술의 생활>
인도네시아의 국부로서 존경과 권력을 한몸에 안고 22년간 이나라를 통치해온 수카르노가 권좌에서 쫓겨난지도 8개월. 그 사이 그는 보고르 성에서 외견상 조용한 날을 보내고 있다.
그가 인니의 대통령으로서 또 제3세력인 비동맹권의 맹주로서 활약하던 당시 『내가 사랑하는 것은 조국과 여자와 나』라고 늘 말해온 수카르노이지만 지금 그는 타의에 의해서 「나의조국」을 사랑할 수 있는 길은 뺏긴 채 「여자와 나」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요즘의 수카르노는 미니스커트의 아름다운 여자와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만을 찾아, 마치 안락한 생활을 하면서 자기의 왕시를 회상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은퇴한 부호와도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알 수 없는 마음속>
하지만 간교하기로 유명하고 정치·외교술수는 높은 것으로 알려진 수카르노가 발톱 빠진 사자처럼 안이한 생활만으로 여생을 보낼 것인지, 그의 흉중에서 어떠한 권모술수가 꾸며지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수카르노를 권좌에서 몰아낸 장본인인 수하르토 장군은 수카르노가 현재 심한 병에 걸려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수카르노는 나를 『살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일축했다. 사실 수카르노는 대통령의 자리에 있을 때와는 달리 살빛이 거무티티하게 그을고 살쪄있다.

<세 딸과는 즐거이>
수카르노는 현 군사정부에 의해 자카르타로부터 40마일 떨어진 보고르 성에서 거주지역제한이라는 일종의 유폐생활을 하고 있다.
매일 매일을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수카르노에게 있어 유일한 변화는 가끔 보고르 산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호텔 인도네시아 경영의 레스토랑에서 그의 세 딸과 점심식사를 하는 것.
비록 감시인이 곁에 지켜서있는 상태이지만 그를 알아보는 외부 인사를 만날 수 있는 이 시간을 그는 끔직히 좋아한다.

<「페찌」모 못잊어>
그의 화려한 시절을 결코 잊지 못하고 있는 수카르노는 지금도 그가 타인에게 주는 인상에 몹시 신경을 써 누가 사진을 찍자면 대통령으로서의 수카르노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페찌」모(모슬렘 모)를 꼭 찾아 쓴다.
영웅은 사라져도 결코 비참하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고시하는 것처럼.
한편 금년 봄 동양에서 첫딸을 순산한 데위 부인은 아직 첫 아기를 아빠에게 보일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뉴요크를 거쳐 현제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불란서 파리에서 화제를 던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보다 더 극성스럽게 자기를 괴롭힌다는 일본인들의 험구를 피해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