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 돈갖고 오라했다 “양심의 가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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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섯 번의 전화와 쪽지내용

<◇첫 전화>
24일 상오 11시반 범인은 쪽지약속대로 하 국장집(당주동 34·74-2803)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국장 집에 계시오?』
『안계시오. 덕수궁에 가셨읍니다.』

<◇두번째 전화>
12시25분. 덕수궁사무소 소장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김병국 소장이 받았다. 『덕수궁이죠? 국장계십니까?』
『안계십니다.』
『덕수궁갔다해서 전화했읍니다.』
『왜그러십니까?』
『중대한 사건이 났죠? 국장께 직접 말씀드려야겠는데 중대하고 극비에 속하는 일이 되어서….』
『누구냐?』
『수사계에 있는 사람인데… 그러면 한시간 있다, 다시 전화하겠다.』

<◇세번째 전화>
하오 1시반. 덕수궁 사무소장실로 전화가 왔다. 하 국장이 직접 받았다. 『하 국장이십니까? 명동 「유네스코」회관 건너편에 있는 태궁다방입구에 쪽지가 있으니 와서 보시오.』
하 국장이 직접 태궁다방에 나갔다. 관리국장앞이란 「메모」가 있었다. 편지는 대학 「노트」양면에 「볼펜」으로 써있었다.

<◇두번째 쪽지>
갑자기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물건은 약속대로 오늘중으로 반환하겠읍니다. 만약 과실이든 고의든 오늘중으로 인수치 못할 경우 모든책임은 국장님에게 있는 것이며 물건은 영영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임. 반환료는 보상금의 반인 20만원으로 정함. 모두 현찰롷여 바늘구멍 하나 없는 번호미상의 헌돈으로 함. 나는 국장님 얼굴을 아니까 직접 그돈을 신문지에 싸서 정각 20시(24일)에 서울역전 정문앞(시계탑)에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꼭 안경을 쓰시오. 누구든지 와서 <맡긴물건 찾으러왔읍니다>하면 침착하게 곧 내어주고 바로 국장실로 와서 소식을기다리십시오. 완전 확인후 곧 알려드림.
요즘 유괴범들과 같이 죽은 뒤에 천금을 갖다주어도 소용없고 범인을 천조각 낸다해도 소용없으니 국장님께서 생각한번 잘못하는데서 우리한 두사람은 희생되더라도 물건은 자취를 감춰 버릴 것입니다. 형사라면 거의다 아니까 무사히 반환되기를 빌며 그칩니다.

<◇네번째 전화>
5시45분. 문화재관리국장실(72-5679)로 전화가 왔다.
『역전 「설매」다방으로 나오시오, 입장이 어려우니 도와주시오. 내가 있든지 쪽지를 두든지 하겠소.』
하 국장이 전화를 받고 곧 설매다방으로 나가니 쪽지가 있었다.

<◇세번째 쪽지>
20시에 역전정문앞에서 만나자. 30분 기다리다 나타나지 않으면 「택시」타고 집으로 간다고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나라.
다시 역전 여행사 옆에 21시, 오복상회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맡겨놓고 가되 덕수궁에서 왔다는 사람한테 물건을 전하라.
돈은 1백원권을 양회부대한쪽을 뜯어서 싸라. 집으로 다시 연락하겠다.

<◇다섯째 전화>
하오 7시55분. 문화재관리국장실로 다시 전화가 왔다.
『오늘은 불안해서 안되겠다. 미안하다. 돌려 주겠다』

<◇여섯째 전화>
하오 11시5분. 하 국장집으로 전화가 왔다. 부인 서정희(39) 여사가 먼저 받아 하 국장에게 주었다.
『내가 금불상을 훔친 범인이다. 금인줄알고 훔쳤는데 보니 금도 아니고 신문에도 대대적으로 나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 고민하다 견딜 수 없어 가리켜주겠다. 금불상을 한강철교 제3교각 16번과 17번 침목받침대사이 아래 모래밭에 두었으니 찾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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