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점포 빛나게 하는 대표상품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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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을 지나는 사람들은 아마도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차표를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빵을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그것도 유독 한 점포 앞에만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줄 서서 사는 품목이 빵이다. 보통 빵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프랜차이즈제과점이 전국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다.또 동네 빵집이라도 빵의 맛이야 사실 비슷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대전에만 유독 빵에 대한 미식가가 많은 것일까?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점포 앞으로 길게 늘어선 줄은 한쪽 코너에서 판매하는 딱 한 가지 제품에 대한 것이다.

팥이 들어있는 옛날식 빵을 기름에 튀겨서 판매하는데 언뜻 보면 현대의 웰빙 다이어트음식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판매가 됐다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빵을 사기 위해서 늘 1m 이상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또 한 명이 살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다. 그래서인지 그 줄 안쪽의 매장에는 다른 빵이라도 사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다시오기 힘들다는 생각일까? 아니면 줄서서 사야 하는 빵집이니 모든 제품이 맛있어 보여서 일까? 모두들 쟁반한 가득 빵을 골라 담고 있었다. 당연히 매출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 집의 대표상품은 의외이다. 빵을 도넛처럼 기름에 튀긴다는 단순하지만 어느 빵집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만든 이 빵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빵이 됐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이 상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포장방법, 간단한 홍보지, 1인당 한정된 개수만을 판매하는 방법,그리고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 즉석에서 만들어주어 고객들의 오감을 자극해 기억에 확실히 각인될 수 있게 했다. 어쩌면 시시해 보일 수 있는 이 빵을 확실히 차별화 시켜준것이다. 아마도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빵 안에 녹아있는 점주의 고뇌와 노력의 땀방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선희 소상공인진흥원 선임 상담사

천안의 호두과자나 경주 빵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며 군산의 단팥빵, 전주의 쵸코파이, 겨울철이 되면 유명해지는 왕만두와 육개장집 등이 같은 원리다. 우리 집의 대표상품은 별나라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재료에 한 가지를 첨가하거나 만드는 방식을 약간 달리한다거나 해 고객이 충분히 새롭다고 느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기존의 제품에 마케팅의 옷을 입혀 대표상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판매방법이나 포장용기를 달리하는 방법, 제품탄생의 스토리를 함께 판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은 시간이 흐르면서 고객의 기억 속에 남아서 그 점포보다도 먼저 떠오르게 될 것이다. 불황기에도 전체매출이 늘고 점포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대표상품을 만들기 위한 점주의 고뇌와 땀방울이 점포전체를 빛나게 해주는 최고의 효자상품을 만들어낸다.

정선희 소상공인진흥원 선임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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