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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하·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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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독에서 「데하베」를 모르는 주부는 없다. 독일주부연맹의 약칭(D·H·B)이다. 「데하베」는 역사가 상당히 오래 되었다. 1915년, 제1차대전때 「베를린」에서 창립되었다. 50대의 독일국민은 1915년이 어떤 해인가를 기억할 것이다. 전쟁보다도 물가고 때문에 국민들이 몹시 고통을 받던 때이다.
주부연맹이 주로 활동하는 내용은 「값싸고 좋은 상품의 소개」 「품질의 품평이나 식별」 「정부에 대한 새장보고서」 등 물가와 생활에 관련된 일들이다. 정치나 종교의 색채가 전연 없으면서도 그들은 정부의 압력단체 구실을 충분히 하고 있다. 가령 정부가 공공요금과 같은 「선도물가」를 자극할 때는 꼭 「데하베」의 이해와 도움을 구한다. 원가계산을 참관하게 하며, 공청회를 열어 D·H·B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다. 「데하베」가 독일주부들의 기대에 찬 「신망의 단체」가 되기까지는 상당한 애교와 감상과 「히스테리」와 어용적 「무드」를 자제해온 전통이 뒤에 숨어있다.
5일 우리나라의 공공요금심의위는 철도요금·전기요금·담배값 등의 인상을 승인했다. 무엇을 어떻게 「심의」한 끝에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는 알 수 없다. 시민의 이해를 구하는 친절한 「설득」도, 공청회를 요구할만한 사회의 조직적 「압력」도 없었다. 시정인의 불신감이나 불쾌감은 당연하다.
적어도 「공개심의」를 했던들 시민은 한결 부드러운 감정으로 그것에 성의를 베풀었을 것이다. 「심의위」는 그렇다고 권위있는 결정을 내린 것도 아니다. 『정부에 인상시기를 일임』하는 따위의 「난센스」를 심의했다. 물가는 물결처럼 유동적이며, 변덕스럽다. 「인상률」의 산출은 바로 그 시점의 가격추세와 사회상황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령 철도여객운임 50% 인상은 그 현실에서의 비율이지, 몇달전 혹은 몇달후의 여건에 기준을 둔 것은 아니다. 「심의위」가 승인한 「인상률」 속에는 언제부터라는 시기가 반드시 명시되어야 과학적이며 합리적이다.
모든 행정이 「블라인드·셔터」 속에서 이루어질 때 이런 「에라」가 생긴다. 더구나 물가심의와 같은 것은 시민이 넘겨다보고 참견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셔터」를 올려야 할 것이다. 공공요금은 정부의 직영물가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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