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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랑 맞춤형…쓰임새 좋은 공간에 힘도 넘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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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카렌스는 7인승 LPG 모델과 5인승 디젤 두 종류다. 디젤은 연비가 LPG보다 50% 좋은 대신 평균 120만원 비싸다. [사진 기아자동차]

중산층의 다목적 미니밴의 선두주자였던 기아 카렌스가 7년 만에 새 옷을 입었다. 디자인뿐 아니라 엔진까지 이름 빼고 모두 다 바꿨다. 카렌스는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1999년 처음 나왔다. 당시 자동차 세금이 저렴한 7인승으로 출시된데다 휘발유 가격의 40% 수준이었던 LPG 연료를 사용해 ‘나부터 먼저 출고해 달라’고 고객들이 아우성을 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출시 첫해에만 6만여 대가 판매됐다. 2000년에는 카렌스 역대 최대인 8만4000대가 팔렸다. 하지만 2002년 2세대, 2006년 출시된 3세대는 디자인도 평범하고, 비슷한 용도의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대거 쏟아지면서 점점 쇼핑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최근 몇 년간 연간 판매가 1만여 대로 떨어졌다.

카렌스가 처음 나온 14년 전에 비해 요즘 자동차 세상은 너무 많이 달라졌다. 3000만원대 수입차가 중산층까지 파고든다. 시끄럽고 진동이 많아 ‘머리가 나빠지는 차’라는 오명을 썼던 디젤차가 이제는 ‘힘뿐 아니라 연비 좋은 경제적인 차’로 변신했다. 디젤차는 동급 가솔린보다 120만∼200만원 비싼 데도 선풍적인 인기다.

이런 환경에서 ‘가족을 사랑하는 차’의 대명사였던 카렌스가 새 단장을 하고 ‘나 여기 있어요. 나 좀 봐주세요’라고 자신 있게 외친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기본적으로 신형 카렌스는 현대차 i40 왜건과 차체와 동력장치가 같다. 두 차종은 형제 차로 보면 된다. i40가 탄탄한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카렌스는 상대적으로 큰 실내공간과 적재함에 중심을 뒀다. 이들 차종의 기본 차체는 현대차 아반떼다. 요즘 현대ㆍ기아차는 준중형 아반떼 차체 하나로 세단인 기아차 포르테뿐 아니라 문 2개짜리 쿠페와 왜건, SUV인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를 만들어 낸다. 하나의 차체로 세단에서 시작해 해치백ㆍ쿠페ㆍ왜건ㆍSUV까지 10개 이상의 모델을 출시한다. 기존 차체를 이용해 신차를 만들기 때문에 개발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차 개발 기간도 단축된다. 요즘 잘나가는 세계적인 업체가 다들 이렇게 차체 하나로 10개 이상의 모델을 쏟아낸다.

7인승 카렌스의 넓은 실내. 천장이 높아 덩치 큰 어른이 타도 답답하지 않다. [사진 기아자동차]

기본 차체는 현대 아반떼 그대로 사용
신형 카렌스는 디젤과 LPG 두 종류가 있다. 디젤은 5인승, LPG는 7인승이다. 가격은 1800만원부터 시작해 3055만원까지다. 시승차는 2700만원대 디젤 최고급형이다. 내비게이션과 파노라마 선루프를 제외하곤 대부분 옵션이 달렸다. 겨울철에 좋은 열선 핸들부터 냉난방 시트, 스마트키가 기본이다.

카렌스의 디자인은 무난하게 잘생겼다. 기아차의 호랑이 그릴 디자인 캐릭터가 그대로 묻어 나온다. 지나친 멋은 피하고 단정하게 만들었다. 미니밴의 교과서적 디자인이다. 앞 유리창은 연비를 위해 상당히 눕혔다. 측면 유리창(벨트라인)을 작게 해 역동적인 모습으로 다듬었다. 이전 카렌스는 측면 유리창이 커 탁 트인 개방감을 줬지만 디자인 측면에선 너무 밋밋했다.

시동을 걸었다. 간간이 디젤 엔진 소리가 들려오지만 방음이 탁월하다. 요즘 현대ㆍ기아차 디젤의 높은 기술 수준을 느낄 만하다. 차고(車高)는 승용차보다 조금 높고 SUV보다는 낮다. 상대적으로 SUV보다 고속주행과 코너링이 안정적이다. 장거리 피로감도 덜하다.

동력장치는 최고 140마력에 33.0kgㆍm의 토크를 내는 1.7L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연비는 13.2 km/L로 LPG 보다 약 50% 좋다. LPG를 연료로 쓰는 2.0 LPI 엔진은 최고 154마력이 나온다. 하지만 토크가 디젤의 60%에 불과해 연비가 9.0 km/L에 불과하다. LPG 연료 가격이 경유의 60%지만 연비가 디젤의 절반인 것을 감안하면 경제성으로 따져 볼 때 큰 차이는 없다.

5월에는 7인승 디젤 모델도 나와
i40보다 차체가 커졌지만 토크가 좋은 디젤이라 그런지 힘은 모자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출력이 넘쳐 버거울 정도는 아니다. 시속 140㎞까지의 가속은 무난하고 정숙성도 나무랄데 없다. 판매는 디젤보다 평균 120만원 정도 저렴한 7인승 LPG 모델이 전체의 75%로 인기다. 다음달에는 7인승 디젤도 나온다.

실내는 미니밴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난다. 긴 직선 위주의 시원한 디자인이다. 소재는 i40만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싼 티’가 흐르지도 않는다. 매력 만점의 수십 개 수납함은 다른 차에서 찾아볼 수 없는 카렌스만의 경쟁력이다. 탑승 공간은 여유롭다. 덩치 큰 사람이 뒷좌석에 앉아도 널찍함을 느낄 수 있다.

수납공간은 탁월 그 자체다. 세계적으로 현대ㆍ기아차의 경쟁력은 실내 패키지에 있다. 똑같은 크기의 미국이나 유럽차보다 실내공간을 더 넓게 뽑아낸다. 이 장점이 카렌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자투리 공간까지 제대로 활용했다. 조수석 시트 밑에 서랍, 뒷좌석 시트 밑에 사물함을 뒀다. 트렁크 바닥은 미니밴의 장점을 십분 살려 바닥을 들추면 여러 칸으로 나뉜 수납공간이 나온다. 세차용 수건부터 왁스까지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게 했다. 컵홀더도 정말 많이 만들었다. 도어 포켓에 달린 컵홀더는 1L가 넘는 큰 콜라병을 넉넉히 넣을 수 있다.

승차감을 좌우하는 서스펜션은 i40에 비해 상당히 무르다. 아무래도 날렵한 코너링이나 고속주행 성능보다는 가족형 미니밴을 염두에 둬서다. 물렁한 서스펜션은 대신 편안한 승차감을 전해준다. 3단계로 조절되는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을 달아 고속에서는 무겁게, 저속이나 주차를 할 때는 손쉽게 돌아가는 ‘컴포트’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카렌스는 가격을 고려할 때 국산차 가운데 실내 및 수납공간만큼은 가장 경쟁력이 있다. 2000만원대 중후반의 중형 세단만 타던 사람이 차를 바꾼다면 카렌스를 놓고 ‘어떤 차를 살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해주는 잘 만든 차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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