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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신민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6·8 총선거는 전면부정이었으며 재선거를 실시하라』는 것이 신민당이 견지해온 공식태도다.『선거부정에 대해 사과해야…』라는 신민당의 전제조건이 여·야의 대화를 단절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신민당의 완강한 태도도 시간과 함께 완화되어 왔다. 유진오 당수는 『박 대통령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단행하거나 이를 보장한다면 여·야 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고 지난 20일 열린 「국회의원 당선자회의」는 공식회담에 나설 수는 없지만 비공식 접촉은 펴기로 한 걸음 협상「테이블」가까이로 다가섰다.
그런데도 대화는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있고 도리어 신민당은 집안 싸움에 휩쓸려 들고 말았다.
대여 투쟁이든 대화든 당 기능의 기능정상화를 선행시켜야 했던 신민당은 이 과제에서 세칭 주류와 반주류의 반목을 표면화시켰고 끝내 반목을 조용히 극복하는데 실패했다.
주류계란 유진오 당수를 중심으로 하는 유진산·고흥문·김영삼씨 등 민정계와 정해영·김수한씨 등 신한계 일부이며 여기에 맞선 반주류는 조한백·윤제술·이재형씨 등 신한계와 정일형·홍익표·김대중씨 등 민주계다.
주류계는 지난 9월초 전당대회를 열려 했으나 신한계와 민주계가 연합한 반주류의 반대로 좌절되었고 잠정적인 기구로 기획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그런데 유 당수의 기획위원 인선에 대해 반주류는 민정계 중심으로 짜여졌다 해서 반발했다.
지난 27일 유 당수가 기획위원회 첫 회의를 소집하자 반주류는 자파 기획위원들을 국제「호텔」에 따로 모으고 유 당수 직계라는 장준하씨와 중간파라는 박기출 박병배씨 등도 반주류에 호응하는 바람에 기획위원회는 유회되고 말았다. 『운영회의를 먼저 열어 자동「케이스」기획위원인 운영회의 상임위원장 5명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반주류가 기획위원회를 「보이콧」한 명분이었다.
이 같은 경위만을 놓고 본다면 인선문제나 절차상의 문제를 둘러싼 양파의 다툼은 심각할 것도 없다. 그러나 대립의 바닥에는 당권경쟁과 대여 협상의 주도권문제, 이로 인한 심한 불신과 감정이 깔려있다.
기획위가 유회된 뒤 반주류계 모임은 앞으로의 대여 접촉에 반주류도 참가한다는 다짐을 받을 것을 내세웠고 양파의 대립을 조정하기 위한 각파 회의가 대여 접촉의 양성화를 의제로 올렸다는 것이 이것을 입증하고 있다. 유 당수는 『시국수습은 결코 어느 한 파의 의견만을 듣고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을 각파 대표들에게 다짐했다.
그러나 반주류는 주류계가 기획위를 중심으로 여당과 흥정을 도맡고 자파의 이득을 따고 당선자의 국회등원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보았고 『벌써 이런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의혹의 눈길을 던져왔다.
주류와 반주류의 불신은 어제오늘부터의 일이 아니다. 9월 전당대회 개최문제로 맞섰을 때 반주류는 단행론 쪽인 주류가 모 측으로부터 2, 3억 원의 대회공작금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고, 주류는 『대여 접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반주류의 몇몇 사람들뿐』이라고 응수했다.
그런데 주류가 공화당의 비주류계 쪽을, 반주류는 공화당의 주류계 쪽을 대화의 상대로 하려는데 대립의 초점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반주류는 주류의 유진산씨가 공화당의 백남억 정책위의장이나 김진만 원내총무와 가깝고 정해영씨는 동향인인 정부안의 모 요인과 가깝다는 얘기를 곧잘 내세우고 있고, 주류 쪽은 반주류의 이재형씨가 최석림씨를 통해, 또 김대중씨나 김재광씨가 김택수씨와 최석림씨를 통해 김종필 공화당의장 주변과 연결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도 정작 대화의 길이 열렸거나 깊은 얘기가 오간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최근 주류계 중진이 여당과 접촉했을 때 대통령의 단안이 있지 않는 한 공식회담에 응할 수 없다는 당의 입장을 설명한 일이 있다는 것이 공식으로 알려진 얘기의 전부다.
어쨌든 내분은 투쟁이든 대화든 여당을 상대로 한 스스로의 행동에 장벽이 되고 말았고 기획위 유회로까지 번진 양파의 충돌은 이것을 송두리째 노출시켜 정국의 정돈상태에 신민당 스스로가 책임의 한 가닥을 사게된 가장 심각한 손실이 되고만 셈이다.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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