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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세종로1번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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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추석인데도 저녁한번 같이 못해, 좀 늦었지만 이렇게 불렀소』-. 지난 20일 저녁 박 대통령은 김성진 중앙상위의장 (서울) 김성곤 재정위원장 (경북) 김진만 원내총무, 장경순 국회부의장 (전북) 그리고 김용태 (충남) 김택수 (경남) 김재순 (강원) 의원 등 당내 실력자급 또는 이에 준하는 이들을 청와대로 불러 10시가 넘도록 시국종횡담으로 하룻저녁을 보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신병치료도중 상경, 청와대를 찾은 김종필 당의장을 16일과 19일 두차례 만나 시국수습안을 협의했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곤 해온 정부·여당 연석회의가 6·3 선거이래 한번도 열린 적이 없었고, 따라서 시국에 관련되는 표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가, 다시 여당수뇌들의 발걸음이 잦아 진 것은 세종로1번지 「청와대」가 정국타개의 실마리를 찾는 지휘탑으로 앞장서 나섰음을 의미한다.
『청와대 비서실은 항상 바쁩니다. 대통령께서 부지런하시니까 더욱 그렇습니다』표면상 조용한 것같지만, 시국수습에 직접·간접으로 관련 있는 일들로 해서 청와대 비서실은 전보다 더 바쁜 것 같다는 것이 이후락 비서실장의 말이다.
이곳의 하루는 매일 아침 9시 김학열 수석정무비서관실에 정무비서관전원이 모여 그 날 할 일을 사전협의·조정, 그 결과를 이후락 비서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박 대통령은 전과 다름없이 아침9시면 집무실에 내려와 (거실은 2층에 있음) 행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집무 외에도 대야협상을 모색하고 있는 여당간부들로부터 보고를 듣는 일에다 정치「브레인」들과의 면접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행해지기 때문에 퇴근시간이 일정할 수 없으며 밤까지도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 예사로 되어있다.
당무보고와 대야교섭을 연락하기 위해 청와대를 무상 출입하는 사람은 김종필 당의장이 신병휴양 때문에 서울에 없어 주로 김진만 원내총무 백남억 정책위원장 길재호 사무총장등.
김성곤 재정위원장과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출입이 잦은 것은 물론이다.
주말이나 휴일을 틈내 신범식 청와대 대변인과 측근들, 혹은 각 군 수뇌자들을 데리고 교외로 나가 「골프」로 머리를 식히는 일이 요즘 박 대통령이 갖는 「레크리에이션」의 전부.
매주 열리고 있던 정부·여당 연석회의가 안 열리고 있을 뿐 월례무역확대회의, 월간경제동향보고, 청와대 정무비서관 문젯점 보고회의가 박 대통령 주재아래 열리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실의 사무는 쉴 새가 없다. 다만 권상하 정보비서관의 경우 그 담당업무상 할 일이 많아졌고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대신 국회·정당담당의 박동윤 비서관은 요즘 총리실, 서울특별시, 총무처 소관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국회가 열려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면 으레 그곳으로 갈 민원이나 청원사항들이 청와대 민원비서실로 몰려와 그 사무량이 는 것은 특색. 그 민원속에는 『국회를 하루속히 정상화시켜 유권자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모든 조처를...』이런 것도 있다는데 『이런 것이 어디 우리 힘으로 되는 거냐』고 고재일 민원비서관은 푸념이다.
경호실의 경우, 그전보다 대통령의 지방시찰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북괴간첩의 대량남파, 철도파괴, 살상등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박종규 경호실장의 할 일은 더욱 많다고.
행정부의 최고 지휘탑이기에 남부지구의 혹심한 한해대책, 최근 급격히 늘어난 북괴무장간첩에 대한 대책문제, 중단된 각종공약사업의 재원조치문제 등 많은 긴급대책 등 시급을 요하는 일들로 해서 청와대는 반수정가의 이방지대가 되고 있다. <오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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