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의 대여투쟁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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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와 여당이 오는 10월 3일을 대야협상의 시한으로 정하고 그후부터는 단독국회개최 불사의 태도를 선명히 하게되자 정국은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대여통화를 거절하기만 해오던 신민당은 새로운 사태에 대비, 종전의 대여투쟁방법을 재검하고 시국 수습을 위한 적극적인 대여접촉전개 등 방향전환을 모색할 예정이라 한다.
신민당의 대여투쟁방향전환 시사는 정국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 같은데 6·8총선 후 강경 일로의 대여투쟁을 벌이던 동당이 방향전환을 위해 당론을 통일하기에는 상당히 큰 진통이 있을 것이다. 동당이 총선 직후에 당론으로서 채택한 대여투쟁 4개 원칙은 다분히 혁명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애초부터 그 실현이 의문시 됐던 것이다. 6·8 총선을 전면부정으로 판정하고 전면재선의 실시를 요구한다는 것은, 정부·여당의 전면적인 정치적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 관철에는 강력한 힘의 뒷받침이 있어야하는 것이요, 그러한 정치력이 없는 경우에는 한낱 허장성세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전기 4개 원칙에서 일보도 후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는 정국경색을 부채질하고 공화당으로 하여금 단독국회개회 불사라는 단호한 결의를 갖게 했으니 신민당의 대여 투쟁방법은 우선 그 실효 면에서부터 근본적 재검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렀다 할 것이다.
오늘날의 정국경색, 정치부재상황의 조성에 대해서는 그 책임이 결코 정부·여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책임의 많은 부분은 부정·부패선거를 치른 정부·여당에 있다하겠지만, 따른 한편으로는 부정선거규탄을 이유로 대여접촉을 일절 거부한 신민당의 탄력성 없는 투쟁방식에 연유하는 바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이제 와서 신민당이 방향전환을 모색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변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융통성 있는 대여 투쟁방식을 취함으로써 그동안의 정국경색에 대해 동당이 마땅히 져야할 책임을 스스로 해제키 위한 방식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헌정의 상도를 걸어가려는 정당으로서 그것은 조금도 못마땅한 것이 아니다.
신민당이 대여협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부정·부패선거에 대한 규탄을 포기하는 것이 결코 아닐 것이요,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될 일이다. 부정·부패선거에 대한 규탄은 지속하되 좀더 실효성 있는 전술을 사용해 보겠다는 것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단독국회개최만은 막고자하는 심정의 발로일 것이다. 원내에 의석을 가진 정당이 장기간에 걸쳐 의원등록을 거부하고 원외투쟁에만 시종 하게 된다고 하면, 그 정당은 정당이 아니라 압력단체로 전락할 우려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원외압력단체로 변질해버린 정당이 또다시 원내에 복귀하여 정정당당히 정권투쟁을 전개하기 어렵다는 것은 다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역사적 경험이 잘 입증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신민당이 합헌 적인 위치에서 차기 정권담당을 노리고 있는 정당이라고 하면 정세로 보아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시기에 원내복귀를 단행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것이요, 쓸데없는 체면유지 때문에 결정을 망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민의 여론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해 오던 정치집단이 바로 그 국민의 환시 속에서 방향전환을 해나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요, 또 많은 잡음을 일으킬 우려가 다분히 있다. 그러나 진실한 용기를 가진 지도자는 여론의 일시적인 오해를 겁내지 않는 법이니, 우리는 그런 진용을 신민당 지도층에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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