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스 화장품 ‘클라란스’ 부회장 올리비에 쿠르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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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은 치료를 위한 약이 아니죠. 하지만 암병동 환자들에게 피부관리 등 미용 요법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진답니다. 나아진 외모가 환자들로 하여금 병을 이겨낼 힘을 북돋운다고 해야 할까요. 화장품은 한 사람의 매력을 증진시켜 자신감을 갖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

화장품의 필요성에 대해 환자 치료를 예로 든 이는 올리비에 쿠르탱(59·사진) 클라란스(CLARINS) 부회장이다. 클라란스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로 그의 아버지 자크 쿠르탱이 의대에 재학하던 1954년 화장품을 개발하며 시작됐다. 피부 탄력 유지 크림 등 보디 제품 분야 세계 1위(매출 기준)다. 정형외과 의사 출신인 쿠르탱 부회장은 “클라란스는 한국에서도 보디 분야가 특히 강하다”며 “클라란스의 ‘더블 세럼’ 출시에 맞춰 얼굴용 화장품도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블 세럼은 85년 자크 쿠르탱이 개발했다. 영양성분 화장품과 성분흡수를 돕는 오일을 각각 다른 병에 넣고 두 가지를 섞어 바르도록 한 화장품이었다. ‘매끈한 민낯 피부의 비결’로 최근 한창 인기 많은 오일 화장품의 원조 격이다. 출시 이후 진화를 거듭해 지난해 말 7번째 업그레이드 제품이 나왔다. ‘7세대’ 더블 세럼은 한 용기에 영양성분과 오일성분이 따로 담겨 있고, 한 번 누르면 두 가지가 자동으로 섞여 나오게 바뀌었다. 새 제품 출시를 알리러 한국을 찾은 그는 “제품이 나온 후 27년 동안 사람들이 찾는 화장품은 업계에서도 몇 안 된다”며 “유분과 수분이 균형을 이뤄야 좋은 피부가 유지된다는 기본 개념에 충실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의사이면서 화장품 회사 경영자다. 화장품의 효능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

“클라란스는 유방암 환자들의 미용을 돕는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인데, 여기서 훈련받은 클라란스 미용사들이 환자들의 피부미용 관리를 돕고 있다. 이건 의학계에서 먼저 요청해서 시작된 일이다. 힘든 항암치료를 견뎌내는 환자들이 자신을 가꿀수록 증상이 더 빨리 호전된다는 사실만 봐도 화장품의 효능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심리적인 영향 아닐까.

“100년 전 50대 여성의 피부와 요즘 50대 여성의 피부를 비교해 보자. 놀랍도록 다를 것이다. 그간 발전한 화장품이 분명히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피부과 병원에서 치료나 시술을 받으면 효과가 즉각 눈에 띈다. 화장품은 그렇지 않다.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다. 화장품을 바른다는 건 병에 걸려서 받는 치료가 아니다. 스스로를 ‘가꾸는 것’이다. 노화는 질병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난 노화가 인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화장품을 바르는 건 매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마찬가지고. 화장품을 바르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을 비교한다면, 요즘 화장품의 효과는 충분히 가시적이라고 생각한다.”

더블세럼

-피부고민 상담, 화장품 추천 의뢰를 많이 받겠다.

“조언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다. 의사가 진단하듯 한다. 고민을 묻고, 현상을 파악한 다음 처방을 준다. 처방에 대해 물으면 그 부분을 추가로 알려준다. 문답을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주면서 사람들이 화장품 쓰는 습관을 갖도록 권유한다.”

-아무래도 의사 출신이니 성형이나 시술도 긍정적으로 추천할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다. 그런 건 중독성이 있어서 ‘맨 마지막에 하라’고 말린다. 화장품 사업과 성형·시술이 경쟁관계라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오히려 성형·시술 받은 환자들이 화장품을 더 많이 쓴다. 효과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그러니 성형·시술 받은 사람이 늘어날수록 화장품을 더 많이 팔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안 권한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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