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가정집 거실 음악회 … 실수도, 감탄도 고스란히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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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07년 열린 제164회 하우스콘서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왼쪽)와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관객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두 음악인의 풋풋한 연주가 CD로 나왔다. [사진 하우스콘서트]

2007년 9월. 피아니스트 박창수(49)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164회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반주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맡았다.

 연주 곡목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과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E 플랫 장조. 스물두 살 바이올리니스트와 열아홉 피아니스트의 풋풋한 만남은 다행히도 이날 녹음됐고 이젠 CD로 들을 수 있게 됐다.

하우스콘서트 연주 CD 100개를 담은 박스 앨범.

 2002년 박씨의 집에서 시작된 하우스콘서트가 100장의 CD로 다시 태어났다. ‘하우스콘서트 라이브 레코딩 100’이다. 하우스콘서트 판 실록이라 할만한 이번 박스 앨범에는 실황 공연 100개가 담겼다. 340여 차례의 콘서트 중 연주자들이 출판을 허락하고 녹음 상태가 좋은 공연만 골랐다.

 이번 음반의 매력은 역시 현장감. 스튜디오 음반의 경우 여러 차례 녹음해 가장 좋은 연주를 고르지만 이번 앨범엔 연주자들의 실수도 그대로 담겼다. 박씨는 “크고 작은 실수들이 그대로 녹음돼 있어 스튜디오에 익숙한 음악가들에게 제작 동의를 얻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녹음은 물론 믹싱, 재킷 제작까지 모두 박씨의 손을 거친 가내수공업 형태로 제작됐다. 이 과정에서 일취월장하는 박씨의 녹음 실력은 이번 앨범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간혹 좌·우 밸런스가 어긋나는 곡도 있지만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클래식·대중음악·국악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울러 온 하우스콘서트답게 출연자도 장르도 다양하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김태형·조성진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가 대거 포함됐다. 강산에·하림·10cm·소규모아카시아밴드 등 대중음악가들의 톡톡 튀는 음악과 색소포니스트 강태환의 끈적한 연주도 만날 수 있다.

 박스 앨범은 100세트 한정판으로 제작됐다. 한 세트를 만드는 데 대략 하루가 걸려 더 이상 만들지도 못한다고 한다. 가격은 100만원+α. 수익금은 7월 12일 열리는 ‘원 데이 페스티벌’에 쓰인다. 전국 공연장 100곳에서 연주팀 100명이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을 펼치는 독특한 행사다. 낱장은 1만원에 살 수 있다. 장당 3000원이 연주자에게 돌아간다. e-메일 온라인 주문만 가능하다. 문의는 더하우스콘서트(010-2223-7061)나 홈페이지(freepiano.net)로 하면 된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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