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영업익 10.7% 급감 … 엔저쇼크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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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철강 등 대표 제조업체들이 ‘엔저(엔화 약세)’ 후폭풍에 본격적으로 휘말리는 양상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는 엔저에 노조의 생산거부 악재까지 겹치면서 1분기 실적에 급브레이크가 걸렸고, 포스코 역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부진한 올해 첫 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현대차는 25일 더 많이 팔고도 이익은 확 줄어든 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6% 늘어난 21조3671억원에 달했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8685억원으로 두 자릿수(10.7%) 이상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1.7%포인트 떨어진 8.7%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117만1804대)을 9.2% 늘렸음에도 엔화 약세와 상대적인 원화 강세 등 가격경쟁력에 ‘빨간불’이 들어온 탓이다. 특히 유럽시장이 문제였다.

 이 기간 현대차의 유럽연합시장 판매량은 두 자릿수(10.9%) 이상 급감했다. 버팀목이었던 미국 시장의 판매증가율 역시 0.5%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도요타와 혼다는 이 기간 미국 시장 판매량이 각각 5%와 11% 폭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변수로 영업부문 비용이 11.3% 증가한 2조8358억원에 달한 것도 영업이익 감소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선 소폭이지만 판매가 뒷걸음치는 상황까지 몰렸다. 내수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에다 주간2교대제 시행 이후 노동조합의 주말특근 거부로 생산차질까지 빚어진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도요타·닛산·혼다의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 엔저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2분기부터 미국 등 선진시장 판매가 늘어나고 노사가 주말특근 문제에 합의해 생산이 정상화된다면 올해 사업계획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에서의 대형 리콜사태와 관련해서도 교체부품 가격이 저렴해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리콜과 관련해 현대차가 책정한 1분기 충당금은 900억원 정도다. 현대차는 또 신형 제네시스를 올 하반기에 국내 출시하기로 했다.

 삼성증권 윤필중 연구원은 “3월 한 달만 놓고 보면 노조 특근 거부 탓에 국내 생산이 지난해보다 19%나 줄었다”며 “특별한 신차도 없는 상황에서 출하량 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올해는 단기실적에 치중하기보다 새 엔진이나 친환경차 개발 등 장기적인 경쟁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도 이날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4.7% 감소한 717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2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1조원 이상 기업들을 일컫는 ‘1조원 클럽’ 대열에서 이탈했다. 1분기 매출액은 14조5820억원으로 10.6% 줄고, 순이익 역시 2920억원으로 반 토막(-54.1%)이 났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연초에 발표한 66조원의 올해 매출액 목표치를 64조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재열 포스코 마케팅실장(상무)은 “가격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엔저 현상으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요인도 고려해야 해 일괄적인 인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중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2분기부터는 업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는 그러나 1분기에도 총 3400억원의 원가 및 재고 절감을 달성해 영업이익률을 높였고, 계열사를 제외한 포스코 단독재무제표상으로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23% 높아졌다고 밝혔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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