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호 추락에 보잉도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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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로 사고기 제조업체이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최대 납품업체인 보잉사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불황으로 민간 항공기 수주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그나마 수익을 내고 있는 우주.방산산업 등 '관변(官邊)사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잉은 1996년 록웰 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이후 우주왕복선을 제조해왔으며, 미국 최대의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과 지분의 절반씩을 투자해 세운 유나이티드 스페이스 얼라이언스(USA)를 통해 본격적인 우주선 제작에 나서고 있다. USA는 NASA의 우주왕복선 연간 예산의 3분의 1인 32억달러(올 회계연도 기준)를 챙겨 가고 있다.

보잉은 또 우주정거장 사업의 주계약자이기도 하다. 이번 사고로 84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 시작된 우주정거장 건립이 지연될 경우 프로젝트 참여 회사들의 사업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자칫하면 세계 최대의 민간 항공기 제조업체 자리를 라이벌인 유럽의 에어버스에 뺏길 처지다.

납품 대수를 기준으로 2001년 5백27대의 항공기를 판매했던 보잉은 2002년 2백80대 가량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에어버스의 지난해 판매 대수는 3백대 정도다. 이같은 추정치가 맞아 떨어진다면 에어버스는 창사 33년 만에 처음으로 보잉을 앞지르게 된다.

한편 지난달 30일 보잉은 지난해 순익이 전년의 28억달러에서 23억달러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매출도 전년의 5백82억달러에서 5백41억달러로 감소했다. 우주 개발사업 부문에서는 1백10억달러를 벌어 3억5천7백만달러의 순익을 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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