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념의 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반가운 광고」들이 요즘 매일 같이 신문을 흐뭇하게 장식하고 있다. 사원 채용공고. 실업자가 아니라도 이 광고를 발견하는 눈과 마음은 그지없이 즐겁다. 신문이 온통 그런 광고로 채워져도 짜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우수 회사들, 은행들은 기업의 신뢰도와 성실성을 그 광고로 크게 외치려는 내심도 없지 않을 것이다. 내심이야 어떻든 모든 기업체들이 신입 사원을 공급받지 않으면 안될 만큼 성장하고 번영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졸업 예정자들은 『오늘 어느 회사의 점심을 먹을까』를 걱정(?)해야 한다는 농담이 있다. 바로 이웃 일본의 이야기다. 각 기업체의 인사관리 전담 상무들은 저마다 예비 학사들에게 점심 초대장을 내고 웃는 얼굴로 기다린다. 초대받은 사람은 왕복 차비와 점심 대접을 받고 그 사회에 관한 「브리핑」을 듣고 견학을 한다. 단순히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이상 현상만은 아니다. 일본의 기업들은 최신의 감각과 신선한 의욕과 새로운 세기에 적응하는 지식을 구하려고 그처럼 초조해 하는 것이다.
「사원 채용광고」를 보고 반가와지는 우리의 심경은 전혀 「고전 경제적인 사고」에 근거를 둔 것이다. 사회의 신입생과 실업자가 어쩌면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는 가망성에 대한 즐거움이다. 내면으로는 오히려 심각한 회의감마저 갖게 된다.
과연 우리의 고등교육은 「생활의 번영」과 「미래의 국가」를 추구하는 실리주의에 얼마나 밀착해 있는 것일까. 교육의 가치는 정신의 권위만을 구하는 이상주의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교육은 솔직히 그 어느 편도 아닌 양산과 맹목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틴」식 자유 교과시대는 이제 형해화하였다. 상아탑의 비세속성은 중세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비역사적이기까지 하다.
「이념의 허상」은 빨리 버려야한다. 「대학의 발전」과 「산업의 발전」은 똑같이 중요하다. 대학이 산업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매몰한다는 생각은 절망감마저 갖게 한다. 우리는 「인력의 단순 재생산」을 반가와 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