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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려도 돈 안돼 … 애플 순익 10년 만에 첫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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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잘 팔려도 돈이 안 된다. 그래서 딴 걸 팔아볼까 생각 중이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이 감소한 애플의 고민이다.

 23일(현지시간) 애플은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한 436억 달러, 순이익은 18% 감소한 95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순익이 1년 전보다 줄어든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직전 분기보다는 각각 20%, 27% 줄었다. 매출과 순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아 최악의 성적표는 면했지만, 매출 대비 이익률이 37.5%로 전년 동기(47.4%)보다 10%포인트 가까이 급감했다. 아이패드 미니와 구형 아이폰이 잘 팔렸는데 둘 다 마진이 적은 상품이다. 아이폰이 회사 매출 절반 이상(53%)을 책임지는 구조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회사가 하드웨어 제조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주력 산업군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N머니는 “시장을 뒤흔들 주력 제품이 없어 주가가 내려갔다”고 했다.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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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의식한 듯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애플은 건재하다”며 “올가을에 내놓을 놀라운 새 기기·소프트웨어·서비스 제품 작업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대형 화면 스마트폰이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쿡은 “화면 크기를 중시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색상이나 선명도를 보는 이도 있다”며 “경쟁사는 화면을 키우느라 이런 것들을 포기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아이폰의 화면이 지금보다 많이 커지지 않을 것을 예고한 셈이다.

 그는 대신 ‘애플 생태계’를 강조했다. “경쟁사 지형이 달라졌느냐”는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쿡은 “최대 경쟁사가 림(RIM)에서 ‘삼성과 구글 결합’으로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들의 도전이 거칠지만 우리 제품과 생태계가 더 낫다”고 강조했다. 제조사와 단말기에 따라 성능과 사용환경(UI)이 제각각인 안드로이드와 달리 잘 통합된 iOS가 더 편리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쿡이 1990년대 초기 IBM의 정책에 영향 받은 듯하다”고 평했다. PC로 호황을 누리던 IBM은 전세계 PC 품질·가격이 평준화되면서 경영난을 겪었다. 93년 CEO가 된 루이스 거스너는 회사 주력 사업을 하드웨어 생산에서 IT솔루션 개발 같은 서비스업으로 바꿨다. 2002년 39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들여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를 인수한 것은 IBM을 살린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애플 역시 그동안 전 세계에 판매한 아이폰·아이패드를 최대한 활용할 때라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스마트TV·시계 같은 신제품을 기존의 자사 기기에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애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2로 S&P500지수 기업 중 가장 낮은 6%에 속한다. 그런데도 최근 들어 주가가 계속 하락하자 회사는 주주를 달래려 현금 주머니를 풀기로 했다. 애플이 이날 밝힌 현금보유량은 1450억 달러(약 163조원). 회사는 2015년까지 600억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도 15% 늘리겠다고 밝혔다. 주주들에게 총 1000억 달러가 돌아가는 셈이다. 이날 애플 주가는 1.87% 오른 406.13달러에 마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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