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 55억원 복권 당첨과 세금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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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이래 인간에게는 항상 대박을 바라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 대박의 꿈을 이루고자 도박을 무척이나 즐겨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마누라를 팔아서라도 도박을 한다던가 아니면 손을 자르면 입으로 도박을 한다는 그런 말이 나왔겠는가.

■ 투자 이상의 수익을 바란다면 도박

통상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게임이나 내기정도는 도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 투자한 원금에 대해 일정한 수익률 이상을 바란다면 그 때부터 그 투자는 도박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물론 투자를 하기 전에 투자에 대한 명확한 사실판단과 예측 그리고 확실한 검증이 선행된다는 전제 하에 도박과 투자는 엄연히 구분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필자는 그런 논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경마의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마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도박을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경마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도박이 아니라 투자라고 강변하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경마에 있어서도 아무렇게나 마권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마권을 사기 전에 출전마의 과거 전적 그리고 현재의 몸상태, 또 기수의 우승경력, 같이 참가하는 다크호스말의 상태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요소와 상황에 대한 분석이 선행된 후에 가장 우승확률이 높은 말에 배팅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마도 역시 다른 투자안과 마찬가지로 과학적인 분석에 바탕을 둔 투자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도박도 넓은 의미의 투자라는 범주에서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경마, 경륜으로 돈을 벌었다면 세금은 어떻게?

투자를 정의 짓는 말은 이쯤으로 해두고 투자든 투기든 도박이든 그 행위의 결과 돈을 벌게 되면 정부는 그 돈 번 사람을 대상으로 세금을 거두어 가게 된다.

그런데 돈을 벌어도 세금이 없는 그런 소득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주식이나 채권의 투자에 따른 매매 차익이다. 다시 말해 주식투자를 하고 또는 채권투자를 한 결과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국세청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파격적인 조세 감면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식이나 채권거래가 아닌 경마나 경륜 또는 슬로트머신 등의 경우는 어떤가? 미안하지만 경마를 통해 돈을 벌었다면 주식과는 달리 세금이 부과된다.

그 세금도 한 두 푼이 아닌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한다. 즉 배당금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하니 예를 들어 2천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440만원을 세금으로 고스란히 상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당금의 금액이 많지않을 때는 세금을 안내도 된다는 것을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 즉 경마나 경륜의 경우 승자투표권의 합계액이 10만원이하로서 환급금이 단위투표금액의 100배 이내일 때는 아예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역시 투전기에 의한 배당금의 경우 당첨금품이 건당 5백만원 이하일 때는 세금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다.

■ 복권과 세금이야기

그러나 서민들이 즐겨 찾는 투자(?)라고 할 수 있는 복권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먼저 현재 시중에서 판매중인 복권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잘 알려진 주택복권, 체육복권을 포함하여 기술개발복권, 근로복지복권, 중소기업진흥복권, 지방자치단체발행복권,관광복권, 녹색복권, 보훈복지복권, 사회복지복권 등 11종의 복권이 있다.

얼마 전 복권을 사서 55억원의 당첨금을 받은 사람이 있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낸 세금만 무려 12억1천만원이었으니 웬만한 사람 평생을 벌어도 벌지 못할 돈을 한방으로 세금으로 낸 것이다.

이왕 복권으로 서민들의 대박의 꿈을 이루어 줄 바에야 아예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필자의 너무 욕심 많은 희망이라고 치부될까?

아무튼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는 복권당첨금에 대해 22%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복권의 경우도 경마나 경륜 또는 카지노처럼 일정금액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 주는 기준이 있는데 경륜이나 경마의 경우에 훨씬 못 미치는 1만원이하에 한해 면제혜택을 줄 뿐이다.

경마나 경륜 또는 카지노의 경우 비교적 전문가들이나 자산가들이 이용하는 합법적인 도박 시설인 반면 복권의 경우는 서민들이 애용하는 대박의 연출장인데 오히려 서민들에게 세금에 있어 역 차별을 둔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서민위주의 정책을 외치는 것이 한낱 구두선에 그치지 말고 먼저 서민들이 자주 찾고 즐겨 찾는 복권의 당첨금부터 세금을 깎아주는 그런 정책적 배려가 무척이나 아쉬워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서민들이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항상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런 당첨금을 손에 쥐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

출처:노병윤 외환은행 재테크 세무 컨설팅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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