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 주부창업 '복합가게'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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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경기도 평촌에서 커피와 허브를 함께 파는 점포를 운영하는 한미영(36.여)씨. 결혼 후 14년 동안 살림에만 매달리다 지난해 9월 평소의 꿈인 '내 가게'를 마련했다.

가게를 여는 데 1억9천만원이 들어가 부담이 컸지만 사업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문을 연 지 5개월 만에 월 매출이 2천만원대로 오르고 집에 가져가는 돈도 7백만원에 이른다. 초보 창업자치고는 꽤 쏠쏠한 수입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한씨는 "기존 커피전문점과 달리 허브란 상품을 더 취급하니까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이걸 두고 시너지 효과라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건강에 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가게를 찾는 여성들이 많아져 허브 판매액이 전체 매출의 3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씨는 커피전문점이 포화상태에 이른 점에 착안해 허브까지 추가로 취급하게 됐다며 유행에 민감한 신세대가 많이 오가는 곳에 가게를 연 것이 적중했다고 덧붙였다.

불황기에는 한 가지 아이템을 고집하는 것보다 이처럼 수익 기반을 다각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창업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한 가지 아이템만 취급하는 점포는 자칫하면 매출에 구멍이 날 수 있기 때문에 판매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관 상품을 취급하면 요즘처럼 경기가 불투명할 때도 견디기가 한결 쉬워진다.

경기도 산본에서 아동도서.교육용 비디오를 집을 찾아다니며 빌려주는 사업을 하는 김은정(33.여)씨도 복합 상품 덕을 본 사례다. 세 자녀를 둔 주부인 김씨는 애들에게 책을 많이 사주고, 많이 읽어 주는 것이 자녀교육엔 그만이라는 평소의 생각을 창업으로 연결했다.

창업비용은 5백만원이 채 안됐다. 도서 대여업은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집안일을 하면서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김씨의 결심을 부추겼다.

어린이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회원수도 2백50여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월수익은 2백30만원선이다. 김씨는 "주력 상품인 아동도서에다 영어동화.애니메이션 비디오 등 교육용 비디오를 함께 빌려주고 있다"며 "집집마다 빌려간 목록을 전산화했다가 독서 프로그램에 맞게 맞춤식으로 권하니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단순히 도서.비디오를 배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연령과 기호에 맞는 책을 골라 주는 등 부모에게 독서 상담을 해주는 것도 성공 비결의 하나라고 꼽는다.

창업컨설팅 업체인 FC창업코리아의 강병오 대표는 "독립성이 강한 메인 아이템에 고객층이 중복되는 아이템을 붙이면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며 "연관 상품을 고를 때는 주변 상권과 입지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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