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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에 어긋나는 일본 - 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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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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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시대에 국가를 경영한다는 일은 그 나라와 국민의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누리게 하여야 할 것과 동시에 국제사회-즉 이웃나라에 대하여 또 그러한 도움을 줄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일본은 패전 후 새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출발한 것만은 사실이고 또 그후의 번영이 도저히 공산주의를 용납할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의 공고한 사회체제로 발전했음은 더 말할 것 없다. 그러나 지금 일본의 우리 한국에 대한 태도는 무엇이며 그것이 과연 일본을 위해서는 얼마나 유리할 것이냐?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불가피하게도 불행한 적대관계에 있는 두 힘을 교묘하게 다루며 특히 지금 새로운 발전단계에 있는 우리 한국에 대하여 표리부동하게도 우리국가의 면목을 해치며 나아가서는 공산괴뢰들로 하여금 우리를 해치려는 음모공작에 동조하는 태도를 가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종류의 최근의 사실로서는 북괴세력을 직접적으로 대표하며 전 일본에 조직망을 가진 「조총련」이란 집단이 일본동경에서 경영한다는 소위 대학이란 것을 일본의 교육법에 의한 정식의 대학으로 인가하련다는 것과 또 금년11월 하순으로 기한 만료되는 우리 재일 교포의 소위 북송협정을 사실상 연장하려는 태도를 지적할 수 있다. 「조총련」경영의 대학을 정식의 대학으로 승인한다는 일은 오는9월11일 동경도(도)의 사립학교 심의회라는 기구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전하고있고 「북송」협정의 연장여부에 관해서는 지난 25일부터 소련「모스크바」에서 일본과 북괴의 적십자사대표간에 절충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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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국교가 정상화한 이상 상대방의 나라의 면목을 상하거나 그 사리를 해치리라고 염려되는 일은 그자신의 나라에 특별한 손해를 끼치는 일이 아닌 이상 으레 삼가야하는 것이 국제간의 관례요 의례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와 국교정상화의 조약과 그의 통상관계의 모든 협정을 다 갖추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한·일간의 국교정상화의 조약이 이루어지기까지에는 단순히 일본의 대한민국에 대한 어떤 명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연합국의 일본에 대한 강화조약상의 의무이행의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이 공산국가 될 수도 없고 또 소위 중간노선의 나라로 갈팡질팡하면서 미국이나 영국 등의 자유진영국가들에 대한 패전의 원한을 그 어느 때이고 풀어보자는 뱃심으로 그 나라가 제대로 역사를 개척해 나갈 수도 없는 것이고 또 한국과의 관계는 거의 반세기동안 일본이 야만적인 침략행위를 저질러온 데 대한 성의 있는 반성에서 새로운 우호관계를 맺어야할 굳은 각오의 표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견지에서 일본은 자유진영의 일원으로서 한국과의 국교도 그 정상화에 각별한 우호관계를 쌓아나가야 할 것이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 공산괴뢰의 직접 적출장소인 소위 「조총련」이란 단체가 「인민공화국」깃발을 드날리며 일본의 헌법이나 교육법 정신에 완전히 벗어나는 공산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인정해오다가 이제 다시 그들의 대학교란 것을 일본의 법률에 의하여 정식인가 하리라는 것은 무엇이냐. 특히 동경도지사라는 사람의 말인즉 『이 문제를 사상의 문제로서 다룰 것이 아니고 행정상문제로서 다루겠다』고 한다니 공산교육의 목적과 내용을 문제시 하지 않아도 무방한 단순한 행정상의 교육기관 설치의 문제란 것이 어떤 나라에 있을 수 있는가. 「조총련」이란 것은 북한공산집단의 재일 한인교포에 대한 선전음모의 단체요 특히 대한민국에 대한 파괴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임은 일본정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러한 단체가 일본국법에 의한 대학을 경영한다고 할 때 일본의 법률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는 학원이 될 수 없음도 일본정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저들이 교육시켜 내보내는 청년들이란 일본공산당으로서도 상상키 어려운 북괴식의 홍위대 같은 것이 될 것을 일본정부도 짐작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종류의 대학을 일본정부가 정식으로 인가한다면 이는 완전히 대한민국과는 국교정상화의 신의의 배반이 될 것이다. 그뿐 아니고 그러한 대학을 탄생케 한다는 일은 일본정부가 자신에게 던질 적의 폭탄공장을 합법적으로 운영케 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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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재일 한인교포들을 일본정부는 어쩌자고 그렇게 극성스럽게 내쫓자고 하며 공산권내의 강제노동수용소로라도 쫓아내자는 것인가. 무엇이 인도적 입장인가. 일본국민 중에는 패전 후 소련의 공산지역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또 소위 「북송」을 개시한 후 공산당에 속아서 북한에 끌려갔었다는 북송교포들의 소식도 일본정부에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정부는 공산당의 북한 땅이 지상낙원 같은 것으로 선전하는 북한 공산괴뢰에 동조하며 그 순박한 재일 한인교포들을 북한으로 실어보냈던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왜 그리도 한국사람을 미워하여야 하는가. 빈손으로 일본에 징용 간 이래 오늘까지 일본의 산업발전을 위하여 온갖 천대를 받아가면서 공헌해온 그 사람들을 왜 그리 미워하여야 하는가. 무슨 인간의 도리인가. 지금 사람이 부족하다는 일본이면서도.
상고이래 일본의 상층사회에 한국에서 건너간 한인들의 피를 아니 받음 일본사람이 거의 없으면서 새삼스럽게 일본 국내의 「소수민족」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한다는 일본사람들의 말은 얼토당토 않는 소리인 것이다.
일본정부와 지도자들은 지금 자세를 바로 가져야할 때인 것이다. 그 본을 보이되 우리 한국에 먼저 보여야 할 것은 일본의 침략의 역사로 보나 또 오늘의 그 신의가 의심되고 있는 사실로 보나 가장 마땅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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