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수 리치 헤이븐스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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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븐스

1960~70년대에 사랑·평화·저항정신을 온몸으로 노래한 미국 포크송 가수 리치 헤이븐스가 22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뉴저지시티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72세.

 그는 69년 8월 15일부터 사흘간 뉴욕주 베델평원에서 열린 제1회 우드스톡 페스티벌 개막식 공연을 통해 세계적 명사가 됐다. 당시 개막식에서 첫 공연 예정자인 록 그룹 스위트워터가 교통 혼잡으로 도착을 못하자 2시간 45분간 혼자 공연하면서다. 4곡만 부르기로 돼 있던 헤이븐스는 50만 관중들의 수 차례 앙코르에 응했다. 부를 만한 노래가 다 떨어지자 즉석에서 ‘프리덤’을 작곡해 불렀다. 이 공연 실황은 나중에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다.

 67년 발표한 ‘핸섬 자니’(Handsome Johnny)는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71년 발표)과 더불어 대표적 베트남 반전 곡으로 꼽힌다. 반전 가수인 밥 딜런도 그에게 여러 곡을 작곡해 줬다. 당시 많은 록 가수들이 그의 강렬한 기타 연주 주법과 특이한 목소리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헤이븐스는 지난해 신장 이상으로 공연을 중단하기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29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맥스웰 하우스 커피 등의 광고 음악 제작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에서 공연했고, 밥 딜런이 주연으로 출연한 ‘하츠 오브 파이어’(Hearts of Fire·1987년 작) 등 수 편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미 국립음악협회(NMC)는 2003년 그의 업적을 기려 아메리칸 이글 어워드를 수여했다.

 청소년 대상 환경 교육에도 관심을 쏟은 그는 70년대 중반 뉴욕 브롱크스의 시티아일랜드뮤지엄 내 ‘노스윈드 언더시 인스티튜트’와 청소년 환경단체인 ‘내추럴 가드’를 설립했다.

정재홍 기자

hon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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