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류 변화 조짐 … 중국 설득 바빠진 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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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다. 우다웨이 특별대표의 워싱턴 방문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24일까지 머무는 동안 글린 데이비스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 등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우다웨이 특별대표가 북한의 비핵화에 관해 미국 측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우다웨이 특별대표가 워싱턴을 방문하는 기간 중인 24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간다. 취임 인사를 겸한 방문이지만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험한 말과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던 한반도에 뭔가 새로운 흐름이 조성되는 기류다. 기류의 정체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현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시도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을 향해 시간 차로 대화 메시지를 보낸 게 기류 변화의 시작이다. 일단 북한 측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고, 미국도 과거의 조건부 대화론으로 후퇴하긴 했다.

 하지만 모처럼 잡은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한국과 미국의 2인3각 외교가 전개되고 있다. 북한에 대해 영향력이 큰 중국을 메신저로 앞장세운 입체 외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중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우다웨이 특별대표 또는 그보다 상급 인사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번에 우다웨이를 워싱턴으로 초청한 장본인이 글린 데이비스다.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우다웨이는 의장을 맡는다. 우다웨이가 워싱턴 방문 후 북한을 방문한다면 미국의 메시지가 북한 측에 전달되는 셈이다. 윤 장관 역시 베이징에서 중국을 앞세워 박근혜정부의 메시지를 북한 측에 전달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실제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8일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자신의 대화론에 북한이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면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대북 경제 제재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 뒤다. 케리 장관은 “이건 북한으로부터 우리가 들은 협상에 관한 첫 발언”이라며 “나는 적어도 (바둑판의) 첫 수(gambit)를 둘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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