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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세계의 세 사건 - 불의 「에리크」|지금도 상고 중… 연극설 나돌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멍청히 섰던 형>
1960년 4월 12일. 「프랑스」의 대재벌이며 「푸조」 자동차공업 회장 「장·피에르·푸조」씨의 둘째 아들 「에리크」(4)가 이날 낮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이날 「에리크」는 형 「장」과 함께 조부모를 따라 「파리」 교외의 「골프」장에 놀러갔다. 어린이 유원지서 놀고 있던 「에리크」 형제 앞에 돌연 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놀란 얼굴을 한 형 「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이 사나이는 「에리크」를 안고 출구 쪽으로 사라져갔다. 어른들의 장난으로만 생각한 「장」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출구까지 따라나간 「장」과 조부모들은 모래밭에 떨어져 있는 흰 봉투를 발견했다. 『「로랑·푸조」씨 앞』이라고 씐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전화로 엄마엄마>
『어린애는 몸값 50만「프랑」(약 5천만원)과 바꾼다. 몸값의 전달 방법은 48시간 내에 지시한다. 비밀로 하지 않으면 어린애의 생명이 위험하다.』 협박장은 붉은 「타이프」로 적혀 있었다.
충격을 받은 아버지 「푸조」씨에겐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왜 그렇게도 활발한 「에리크」가 한번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까』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범인은 「에리크」에게 낯익은 사람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9시 「푸조」씨 방 탁상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수화기엔 『「로망·푸조」씨죠? 약속은 지키기 바랍니다. 몸값은 48시간 내에 준비해두시오. 「에리크」는 여기 있습니다. 전화에 대어드리죠.』
「코레트」 부인이 받은 수화기엔 「에리크」의 『엄마, 엄마!』하는 소리가 들렸다.

<푸조가 경찰거부>
경찰은 즉각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수사 당국은 당장 커다란 장해에 부딪쳤다. 「푸조」씨 가의 협력을 전연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경찰이 개입하면 궁지에 몰린 범인이 「에리크」를 죽일는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푸조」가는 경찰수사에의 협력을 거부한 것이다.
젊은 수사관들은 『「린드버그」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유괴범은 돈을 받아도 생명은 죽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가 방관하면 범인은 놓치고 범죄만 조장시킬 뿐』이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총감은 『…인명존중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이것은 도박 같은 것이다. 이왕 도박을 하려면 범인이 어린이를 살해하지 않는 쪽으로 도박하고 싶다. 어린애가 무사 귀가할 때까지 경찰은 일체 손을 대지 않기로 한다』고 태도를 밝혔다.

<비밀리 교환진행>
「파리」 경시청은 마침내 「푸조」 부처의 요청으로 몸값과 「에리크」를 바꾸는 교섭을 비밀리에 진행시킬 것을 인정했다.
14일 아침 「푸조」씨에게 전달된 편지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14일 오후 4시 50만「프랑」이 든 가방을 오른손에 들고 「테르느」가 57번지의 「테르느」 광장을 동으로부터 서로 걸어가라.』
그날 밤 12시께 범인은 다시 전화로 『「에리크」 인도 장소를 곧 지정한다』고 알려왔다.
약 1시간 반 후 『「에리크」군이 발견되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푸조」가에 가까운 「포앙카레」로를 지나가던 세무서원이 길가에서 울고있던 「에리크」를 발견 신고해 온 것이다. 「에리크」는 무사히 돌아왔다. 경찰에서의 「에리크」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방증없는 돈 출처>
-낯 모르는 두 아저씨가 나를 데려갔는데 별로 먼 데는 아니고, 1층 방에서 「텔리비젼」을 보았다. 학대받은 것은 없고 재미있게 놀았다.-
경찰은 이 사건에는 남자 2명 외에 1명의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에리크」가 발견된 현장 근처 차고 주인이 그 증인이다.
『27세 가량의 여인이 어린애 손을 잡고 오더니 갑자기 아이를 놓아 두고선 길을 횡단, 「포앙칼」로 모퉁이에서 두 남자와 같이 「푸조」 403형을 타고 사라졌다.』
7개월 후인 11월 5일 「파리」에 있는 「인터폴」(국제경찰기구)은 「에리크」 유괴사건과 거의 동시에 비정상적으로 돈을 거칠게 쓰는 2명의 상습범죄자가 있는데 불인 「피에르·랄셰」(34)와 「레이몽·로랑」(25)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러나 이들을 미행한 경찰은 이 돈이 유괴로 뺏은 몸값이란 방증을 잡을 수가 없었다.

<주범에는 20년형>
61년 3월 1일 「타이프라이터」 수사반은 마침내 「레이몽·로랑」의 전처 「자네트」의 소재를 잡았다. 「자네트」가 「로랑」에게 빌려준 「타이프」의 형과 자체는 협박장의 글씨와 꼭 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확신을 얻은 경찰은 「로랑」과 「랄셰」를 무난히 체포했다.
62년 10월 31일 주범 「로랑」과 「랄셰」는 20년형과 몸값 전액의 지불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완전히 종지부가 찍힌 것이 아니다. 이들은 지금 상고중이며, 「프로리오」 변호인은 『이 사건은 자동차 왕 「푸조」씨가 새 차 판매의 선전을 위한 연극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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