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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의 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세제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세제개혁은 법률행위이기 때문에 다른 행정조치처럼 여건변동에 따라서 탄력성 있게 수정할 수 없다. 제도의 탄력성이 적으면 적을수록 여건변동에 따른 마찰이 커지는 것이므로 제도개혁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세제개혁의 파급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난 특별기구를 만들어 연구에 하고 그에 따른 보고서를 토대로 하여 각계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세제를 개혁하는 것이 항례인 것이다. 이와 같이 신중하게 다루어도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파생하는데 하물며 공평한 분배다. 세무행정의 합리화다 하는 따위의 추상적이면서도 막연한 명분하나만으로 정부 단독으로 그것도 거의 즉흥적으로 세제를 개혁하고자 하는 자세를 우리는 마땅하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68연도의 내국세 수입은 1천5백억원을 넘어 올해 예산보다 69%나 증수해야 할 것이라 한다. 이러한 조세수입 증가율은 물가상승율 5%, GNP 성장율 10%라면 한계 조세 부담율이 50%를 넘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경제성장의 이득을 정부가 독점함으로써 민간의 활동을 위축케 한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문제점 외에도 정부가 추진하려는 세제개혁 방향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많은 것 같다.
우선 종합소득세제를 시행함으로써 분배의 공평을 기한다는 구호는 옳은 것이나 현실적으로 모순되는 점이 없지 않다. 근로소득자나 기업소득자는 종합소득세제 하에서 막중한 세 부담을 하게 되는데 반하여 금리생활자는 소득 규모가 아무리 커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지금 고금리제도에서 연간 수천만원씩이나 세금 없이 이자로 안이하게 생활하는 층이 적지 않은데 이러한 모순은 세제개혁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둘째, 법인세의 누진율을 확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자본금 1천만원의 기업이윤이 자본금 1백억원의 기업이윤보다 천배가 적다고 하여 세율에 차등을 둔다면 납세 후 이윤율은 너무나 불공평해진다. 이른 모순을 누진율확대로 격화시킨다면 무역자유화나 생산성향상을 위해 대규모 생산제도를 권장한다는 산업정책은 그 경제적 근거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세째, 차관에 대한 이자평형세 부동산 양도세 등도 이상은 좋지만 다른 정책과 조화되기 어렵다. 이자평형세를 내고도 차관을 얻어야 할 필요성도 없거니와 이자평형세를 징수한다면 그것은 곧 자본비용에 가산되어 제품가격에 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따라서 국민부담만 증가시킬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양도세로 그것이 납세자의 부담으로 끝나지 못하고 오히려 지가 상승으로 반영되어 산업투자 비용을 제고시키거나 주택건설을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큰 것이다.
끝으로 물품세의 종가세 제도가 「인플레」기에 불가피한 것 같지만 「인플레」를 오히려 격화시킬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세금이 오르고 세금이 오르면 또 그것이 가격에 반영될 것이 틀림없겠기 때문이다.
이러한 몇 가지 문제점 말고도 특관세 문제 「네거」제에 따른 일반관세 조정 문제 등 적지 않은 문젯점들이 있는 것이므로 종합정책의 일환으로 세제를 개혁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68연도 세입확보 책으로 세제개혁을 서둘러서는 아니 되겠으며 개혁에 앞서 각계가 참여하는 세제개혁위원회를 먼저 구성할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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