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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 극복하고 세계적 음악가 된 펄먼이 내 롤 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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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내 롤 모델은 이츠하크 펄먼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강일씨의 말이다. 그가 말한 이츠하크 펄먼(68)은 이스라엘 출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다. 동시에 지구촌 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애인 음악가로 꼽힌다. 이씨의 음악적 동지이자 스승인 셈이다.

 1945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펄먼은 네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그로 인해 왼쪽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어린 시절 집안에서 라디오를 끼고 살았던 그는 바이올린 소리에 매료돼 “악기를 배우겠다”며 부모님을 졸랐다.

 미국으로 건너간 펄먼은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했다. 64년 리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뛰어난 연주 기교를 앞세운 그는 장애를 극복하고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됐다. 그래미를 비롯한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바이올린의 황제’ 야샤 하이페츠(1901~87)의 뒤를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펄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의 고난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선 이츠하크 펄먼의 가슴 시린 연주를 만날 수 있다. 실존 인물인 오스카 쉰들러를 추모하는 영화 막바지에 슬프게 울부짖는 바이올린의 울림이다. 작곡가 존 윌리엄스가 만든 ‘쉰들러 리스트’ 음악은 94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펄먼은 다음 문장 두 개로 자신의 인생 역정을 압축했다. “당신의 능력을 믿어라(Trust your ability)” “당신에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살아내는 것, 그게 내 인생의 목표다(That’s the goal, to survive your gift).”

 장애 유무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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