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불 수출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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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에서는 2차5개년 계획을 3년반으로 단축한다는 방침에 따라 71연도의 수출목표액을 당초의 5억5천만불로부터 10억불로 대폭 늘리는 이른바 「10억불 수출계획」을 성안했다고 한다. 이 계획은 연평균 수출증가율 31.4%, 한계수출 성향 36.8%, 시설투자 1천3백59억원(내자 4백40억원 외자 2억9천2백만불)에 달하는 의욕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다.
수출증대는 증산·건설과 더불어 정부의 3대 시정목표의 하나이며, 수출액이 느는 것은 곧 국민경제의 발전을 뜻한다고 하겠으므로 수출목표액의 증대는 환영할 일임에 틀림없다. 실제에 있어 1차 5개년 계획의 기간 중에 수출은 연평균 43%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66연도에는 2억5천5백만불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앞으로 5년내에 10억불의 수출을 실현시킨다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닐 성 싶다. 첫째, GNP에 대한 수출액비는 71연도에 18%(66연도 7.2%)에 달하게 되는데 외국의 경우에도 그와 같은 높은 비율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65연도에 있어 서독과 대만이 16%, 일본과 이태리가 12%에 지나지 않았다. 더우기 우리 나라는 단일 품목으로 손쉽게 수출액을 늘릴 수 있는 특산품이 없는 것이다.
둘째, 수출증대를 위한 시설투자액 1천3백59억원의 82%를 민간부문에서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그 실현에도 많은 난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금년도의 수출지원 금융만 해도 1백40억원에 달할 계획이며 앞으로 10억불을 수출하자면 5백억원 이상의 융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하므로 수출 「인플레」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째, 수출상품구조에 있어 71연도에는 공업제품이 약 7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 생산을 뒷받침할 기술수준의 급속한 향상이 문제라고 할 것이다. 더우기 신규수출 개척 품목으로서 비료·자동차·석유화학제품 등 고도의 기술을 요하며 선진국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품목이 적지 않다.
네째, 수출액을 대폭 늘리자면 생산은 양산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며 그 상품의 내수 시장도 확대돼야 한다. 치열한 국제시장의 경쟁에 이겨 나가자면 국내시장에서의 높은 이윤율을 전제로 하여 해외시장에서는 「덤핑」도 불사해야 할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 집약적인 수출 상품 중에는 양산체제로의 전환이 어려운 것이 있고, 또 내수 시장의 개척도 소득수준 등에 비추어 많은 제약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10억불 수출계획에 따르는 문젯점은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10억불의 설정은 의욕의 과잉이라고 하지만, 일단 설정된 정책목표이므로 그 실현을 위하여 모든 시책을 집중하고 합리적인 노력을 다하는 것은 그것대로 뜻 있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GATT 가입·무역자유화 등과 더불어 의욕적인 수출증대를 꾀하는 이 마당에서 산업정책도 증산과 품질향상을 가져옴으로써 국제경쟁에 능히 이겨나갈 수 있도록 온갖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기업도 그와 같은 방향에서 경영합리화를 도모하고 원가절감·시장개척·기술향상 등에 적극적으로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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