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샤일록의 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가 검토중인 「이자평형세제」는 잠깐 무엇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 제도는 외자도입에 대한 질적 규제의 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다.
소박하게 생각하면 국가가 외자의 빚더미 위에 올라 앉는 것을 국민은 그렇게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다. 경제학자 「A·O·허슈맨」은 저개발국의 경제발전을 막는 원인을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다.
『가용 제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그것들의 오용에 있다.』이 말은 국민이 걱정해야 할 일을 명시한다. 외자가 「쇼맨쉽」에 의해 씌어진다면 그 국가경제는 어쩔 수 없이 매판적 체질로 타락할 것이다. 「매춘부적 체질」은 바로 국가의 운명과도 관계가 있다.
미국은 벌써 「이자형평세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외자의 도입 아닌, 그것의 유출을 막는 방책인 것이다. 우리의 형편과는 정반대이다. 우리는 외자가 무진장으로 필요하나 실정이다. 「제2차 경제개발」이나 「대국토 건설계획」은 8억의 외자와 40억의 내외자를 계상한다. 민족자본의 체제가 허약한 것도 사실이다.
국내의 산업자금 이자(24%)나 장기시설자금 이자(10∼12%)와는 비교도 안 되게 국제이자율(6∼7%)은 싸다. 그 매혹을 뿌리칠 만큼 우리는 과연 대담한가. 하지만 공장을 지을 돈으로 끌어들인 외자가 「카바레」로 둔갑할 수 도 있는 곡예술은 어떻게 막겠는가.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찌기 설파한 「호트·머니」의 폭력도 그렇다.
그것은 약장수처럼 뜨내기로 국내시장을 방랑하며 가방의 배를 불리고는 도망을 치는 것이다. 이런 폭력자금이 「차관」이라는 격식으로 「넥타이」를 매고 걸어 들어 올 수도 있다. 정부는 그런 두려움 속에 『폐쇄경제냐 개방경제냐』로 고민한다.
그러나 국민이 두려워해야 할 것도 있다. 외국자본의 「만능사상」은 우리의 귀중한 도덕감을 좀 먹고 있는 것이다. 외국자본은 구세도, 만병통치약도 아니며, 철두철미 「샤일록」의 심장인 것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